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자회견은 ‘탄핵 변론장’으로 변질됐다.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총회 기간 불거진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으로 미국 정가가 탄핵정국으로 돌변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20여개 국가의 정상들과 진행한 회담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늦게 회견장에 들어선 그는 한국, 영국, 인도, 이라크,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지난 사흘간 엄청 바쁜 일정을 소화했는데 언론들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언론이 무의미한 것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교·경제적 성과를 두루 부각했다.
일본 농산물 시장의 추가개방을 끌어낸 미·일 무역협정을 설명하기 위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잠시 마이크를 넘겼고, 대(對)이란 제재 이슈와 관련해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연단에 세웠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합의를 원한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다시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정국’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나는 투명하다”면서 “누구도 위협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어떤 압력도 없었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전화 통화 당사자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날 기자들에게 “여러분이 그것(녹취록)을 읽었겠지만 아무도 내게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외압 의혹을 부인한 것을 거듭 부각한 것이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에는 맹공을 가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보다는 정작 ‘바이든 이슈’가 문제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중국으로부터 바이든과 그의 아들 헌터에게 수백만 달러가 들어갔다”면서 “바이든이 부통령에 있을때로, 그들이 이 부분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마녀사냥’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왜 그런 줄 아느냐. 내년 선거에서 나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에 대해서만 질문해달라”고 거듭 말하며 탄핵 관련 질문에는 거리를 두면서 약 45분 만에 서둘러 회견을 마무리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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