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를 막기 위해 72억달러(약 8조6,300억원) 규모의 농산물시장을 개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이 같은 내용의 1차 무역협정안에 서명했다. 협정은 오는 2020년 1월 발효된다.
일본은 쌀시장 등의 개방은 막았지만, 육류와 과일 등 총 72억달러 규모의 농산물시장을 열게 됐다. 총 29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쇠고기·돼지고기에 대한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되며 아몬드·호두·블루베리·크랜베리 등 13억달러어치의 농산물에 대한 관세는 즉각 철폐된다. 30억달러 규모의 와인·치즈 등에 대한 관세도 단계적으로 없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농업시장 개방은 미국 농부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얻어낸 것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본산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뿐이다. 다만 이 내용은 1차 협정안에 담기지 않고 2차 협정에 명시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명확한 확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양국은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400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금지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가 강력히 희망하는 자동차 관세 철폐는 보류됐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합의를 통해 일본산 차 관세를 철폐하기로 약속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TPP 탈퇴로 백지화됐다. 아베 정부는 추후 미국과 2차 무역협정 대상의 범위를 정할 때 관세 철폐를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압박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일본이 많이 양보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과의 무역협상을 일단락 지은 미국은 유럽연합(EU)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는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에 대한 불법 보조금의 책임을 물어 미국이 80억달러 규모의 EU 제품에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조만간 승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르면 다음달 관세를 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4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관세 반격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