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올레tv모바일’을 ‘시리얼’로 개편하고 맞춤형 추천서비스와 가상현실(VR) 등 실감 콘텐츠를 대폭 강화한다. 인터넷TV(IPTV) 1위 올레tv를 보유한 KT가 자칫 ‘제살깎아먹기’가 될 수 있는 OTT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배경에는 기존 케이블이나 IPTV 고객의 가입해지를 뜻하는 ‘코드커팅’(Cord-cutting)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확고한 판단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다음 달 10일 OTT ‘시리얼’ 을 출범할 예정이다. ‘보다(see)’와 ‘진짜(real)’를 합친 이름이다. 정통 OTT를 표방하면서 경쟁 서비스와 차별화 포인트로 VR과 증강현실(AR) 등 실감 콘텐츠를 대폭 확충한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맛에 따라 여러 곡물이나 과일을 얹어 나만의 조리법을 만드는 시리얼처럼 개인 맞춤형 서비스라는 의미도 담았다. 현재 올레tv모바일에 공개된 ‘시리얼’ 소개 영상은 ‘내 기분이나 내가 듣고 있는 삽입곡에 맞춰 콘텐츠를 먼저 추천하는 놀라운 서비스’를 특징으로 제시했는데, 인공지능(AI) 등 기반 개인화 기능까지 탑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올레tv모바일’은 완전한 OTT라기 보다는 집에서 ‘올레tv’로 보던 콘텐츠를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이어 즐기는 사실상 ‘외출용 IPTV’ 역할에 그쳤다. 이 때문에 ‘올레tv’ 가입자가 아닌, 순수하게 ‘올레tv모바일’의 콘텐츠를 보기 위해 월 5,500원의 이용료를 내는 가입자는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KT 내부적으로도 OTT에 소극적이었다.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IPTV 점유율 46.8%로 절대 강자 자리를 차지한 ‘올레tv’에 주력하는 게 더 효율적인데다 미국시장에서 OTT를 구독하며 기존 케이블TV나 IPTV를 해지하는 ‘코드커팅’이 나타난 만큼 IPTV 전략과 상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빠르게 바뀌며 KT로서도 더 이상 OTT 시장을 좌시하기 어려워졌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OTT를 합쳐 ‘웨이브’를 내놓았고 LG유플러스는 이미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손잡았다. 티빙은 JTBC와 뭉치고, 디즈니와 애플 등 글로벌 OTT도 국내 시장에 진출을 예고했다. 국내 OTT 이용률이 2016년 35.0%에서 지난해 42.7%로 훌쩍 뛰어오르며 급증하는데 KT만 나 홀로 IPTV만 고집할 수 없어진 셈이다.
여기에 내부적으로 ‘코드 커팅’은 없다는 확신이 굳혀진 점도 ‘시리얼’ 탄생에 주효했다. 코드커팅은 넷플릭스 등 강력한 OTT 사업자가 등장하자 미국 케이블TV 고객들이 대규모로 가입을 해지하면서 탄생한 용어다. KT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유료방송 이용료가 저렴하고 대체로 휴대전화나 인터넷과 결합 상품으로 보급됐다”며 “OTT는 추가로 가입할 대상이지 기존 IPTV를 해지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KT까지 OTT에 박차를 가하며 국내 OTT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콘텐츠가 OTT 경쟁의 주축으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오리지널 시리즈나 자체 제작 콘텐츠가 취약한 KT가 얼마나 파급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KT의 한 관계자는 “오는 10일 ‘시리얼’ 서비스를 즈음해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할 것”이라며 “이용자들이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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