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부산 미 문화원에서 방화사건이 발생한 후 37년 동안 미 공관과 관저에 대한 공격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대진연만 해도 올 1월31일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항의하며 미 대사관 정문으로 뛰어들기도 했고 6월에는 미 대사관 인근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가 반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경찰의 행태다. 경찰은 학생들이 사다리까지 동원해 미 대사관저의 담을 넘었지만 ‘학생들이 다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저지하지 않았다. 특히 관저에 진입한 여학생들을 수십분간 방치하기도 했다. 이는 외교사절 공관과 관저의 불가침을 규정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 위반이다. 더 큰 문제는 한미관계에 미칠 파장이다. 북한 핵 협상이 삐걱거리는 가운데 한미는 대북·대일 정책과 방위비 분담금, 통상 문제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양국이 과연 동맹관계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잖아도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잘못된 북핵 합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때 반미시위가 격화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정책 결정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시리아 사태에서 보듯이 미국이 주한미군을 빼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반미시위를 방치하면 안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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