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이후 침묵을 지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중요한 재건’(a major rebuild)을 언급해 주목된다.
이는 북미가 비핵화 협상과 관련 물밑 접촉을 계속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향후 북미 대화가 재개될 지 관심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각료회의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이 시리아, 터키 등에서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던 도중 “북한, 아마 언젠간…”이라며 불쑥 북미 비핵화 협상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말해줄 게 있다. 만일 그들과 똑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여러분은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대북 성과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자신의 탄핵 조사를 추진하는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등을 거론하며 “그들이 나라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한 만큼 민주당의 외교정책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은 그것(전쟁)에 대해 그리 많이 듣지 않지만 그것이 일어날 수 있다.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모르겠다. 나는 항상 누가 알겠냐고 말한다. 이것은 협상이다. 누가 알겠느냐”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과 관련해서도 아마 뭔가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라며 “북한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몇몇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며 “그리고 그것은 어느 시점에 중요한 재건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대북 발언은 스톡홀름 노딜 이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2차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북한 역시 실무협상 결렬 이후 줄곧 대미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연내에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조함을 대변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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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야에 퍼진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의식한 듯 김 위원장과의 우호 관계도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북한은…. 나는 그(김 위원장)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 우리는 잘 지낸다”며 “나는 그를 존중하고 그도 나를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결국 전쟁을 하게 될 수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한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을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전임자인 오바마 전 대통령 깎아내리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왔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북한을 가장 큰 문제로 꼽은 뒤 ‘북한과의 큰 전쟁 개시에 아주 근접했다’고 언급했었다며 “나는 그가 북한과 전쟁을 벌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는 ‘당신(오바마)이 그(김 위원장)에게 전화한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노’(no)라고 했다”“며 ”실제로 11번 시도했다. 그러나 다른 쪽의 그 사람, 다른 쪽의 그 신사(gentleman·김 위원장 지칭)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존중의 결핍“이라고 말한 뒤 ”그러나 그(김 위원장)는 내 전화는 받는다“고 강조했다.
스톡홀름 노딜 이후 침묵을 지키던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성과를 과시한 것은 국내 정치적 목적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북미 간의 접촉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스톡홀름에서 확인된 양측의 입장 차가 큰 점을 고려할 때 2차 실무협상이 급물살을 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기 어려움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기대감을 키운 것은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앞서 북미는 지난 5일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했지만 비핵화 방식을 두고 큰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실무협상 결렬 후 미국은 2주 내 협상 재개를 원했지만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북미 간의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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