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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확대' 곳곳 걸림돌...소문난 잔치 그치나

서울 주요대 30%+α 추진한다지만

상향조정 가능한 대학 많지 않아

지방대와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

절대평가·미래형수능 재검토 필요

진보측 교육정상화 정책에도 역행

평등-공정성 균형 찾기 힘들 듯

유은혜(왼쪽)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전국 시도 부교육감회의를 마친 뒤 정시 비중 상향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첫 교육관계장관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대입 정시모집 대학수학능력시험 비중 확대 등 대입 개선 방안이 논의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수능 비중 상향은 진보교육계의 기존 정책과 방향성이 달라 시행과정 및 수위 등에 눈길이 쏠린다.

우선 시선을 모은 것은 대통령 시정연설과 당일 교육부 입장문(보도자료)의 ‘온도차’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추진한다고 언급했지만 교육부는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대입제도 개편안은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치르는 2024학년도부터 변경할 수 있다. 반면 공공성 강화안은 개별 대학의 전형에 초점을 맞출 경우 고1 학생이 해당되는 2022학년도부터 실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교육부로서는 수능 확대 자체가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다양성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의도지만 대통령 지시를 정책으로 구현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일단 문 대통령 연설 이후 교육부 입장문이나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살펴보면 서울 주요대학들은 그동안 2022학년도부터 ‘30%까지’ 수능 비중을 높여달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이제 ‘30%+α’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폭 상향 조정은 힘들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전국교육감협의회가 반대성명을 내는 등 진보진영 및 교육계의 반발이 극심하고, 대학들도 절대평가로 전환한 수능은 ‘변별력’을 갖기 힘들다는 이유로 추가 확대를 꺼리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학종 비율이 높은 서울권 대학을 대상으로 ‘30%+α’가 실시된다고 해도 대상 학교와 수능 비중 상향폭이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2021학년도 학종 비율은 평균 44% 안팎에 이르지만 수능 비중도 평균 29.5%로 이미 30%에 근접했다. 수능 비중이 10%대인 대학은 고려대(18.4%)가 유일했고 9개 대학은 이미 30%를 넘겼다. 한국외대(38.7%)와 홍익대(38.1%)는 40%에 육박했다. 여기에 지방 주요대학을 예외로 둘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결국 높은 학종 비율을 낮추고 수능 비중을 높일 여력을 가진 전국 4년제 대학에서 중소폭 정도의 수능 비중 확대가 추진될 수밖에 없다.

지방대 등을 포함한 수능 전면확대는 더욱 쉽지 않다. 지방대의 수능 비중은 2021학년도 기준 16.1%로 극히 낮지만 학종이 중심인 서울과 달리 무시험 전형인 수시 교과전형이 55.7%에 달한다. 급감하는 학령인구를 고려할 때 지방대의 경우 무시험 입학을 두고 굳이 수능을 선택할 자원 자체가 많지 않다. 결국 지방대의 수능 비중을 높이려면 수시의 학생 선점 효과를 줄일 수 있는 수시·정시 통합 등과 같은 대대적인 제도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물론 2024년도 입시부터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교육 1호 공약인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본격화된다는 게 변수다. 이 시기 수능 확대를 중심으로 입시제도를 개편하려면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 고교 학점제의 주요 축인 내신 절대평가는 수능 절대평가와 함께 거론됐기에 절대평가 확대로 수능을 사실상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학점제의 다양성에 힘을 싣는 방향성이 지향돼왔다. 하지만 수능 절대평가를 확대할 경우 대학들이 수능 비중을 늘릴 리 만무하다. 절대평가를 유지하는 가운데 수능 비중만 늘어난다면 평가기준이 될 또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

수능 비중 확대는 교육부가 예고한 ‘미래형 수능’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 부총리는 최근 2028학년도 중장기 대입 개편 방안을 언급하면서 “미래 세대에 오지선다형 수능은 맞지 않는다”며 “미래 교육과정에 맞는 평가방법을 고민한다면 수능 문제유형 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해 논술형 수능이나 한국형 바칼로레아 도입 가능성 등에 힘을 실었다. 단기적으로 서울권 대학의 수능 확대를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미래형 수능 개편을 추진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뜬구름 잡는 구상에 불과하다.

진보교육계는 주입식 교육과 입시 부담 등을 이유로 수능 확대에 반대하는 등 ‘보편적 평등’이라는 이념에 기반해 정책의 틀을 만들어왔다. 이 때문에 국민이 원하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려면 진영논리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을 최근 수능 확대 논란이 보여주는 셈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파문이 남긴 교훈은 수월성 교육이 사라진 ‘진공 상태’에서 특권 교육이 어떻게 증폭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라며 “교육 공정성 강화라는 국민적 열망을 실현하려면 당정청은 실질적·보편적 평등의 균형추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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