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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농어촌상생기금 조성에 기업 독려...또 '팔 비틀기'

■개도국 지위 포기 이후 4대 쟁점

②공익형 직불제로 금액 3배 증액...재정 만능주의 우려

③WTO추가 협상 정말 없나...재개땐 농업 지킬 수단 無

④스마트팜 조성 등 민관 합심 농업체질 개선 서둘러야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가 지난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 결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홍 부총리,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 /연합뉴스




정부가 향후 있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특혜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익을 고려해 결정했다지만 피해 산업인 농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재정 만능주의’를 또 한번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논의 한 번 없이 기업의 출연을 늘리겠다고 약속하면서 정책을 위해 기업 팔 비틀기에 재차 나섰다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개도국 지위 포기 이후 부각될 수 있는 4대 쟁점에 대해 살펴봤다.



◇농어촌상생기금 확대... 또 기업 팔 비틀기?=정부는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을 전제로 내년 직불금을 2조2,000억원으로 올해(1조4,000억원)보다 8,000억원 늘리고,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인센티브 확대와 현물출연 검토 등 조치를 취하겠다며 농심(農心)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가운데 농어촌 상생기금은 기업이 출연해 쌓는 것으로, 정부가 정책 변화를 이유로 또 한번 기업 팔 비틀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상생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농업계 반발이 거세자 여ㆍ야ㆍ정이 합의해 2017년부터 걷기 시작한 것으로, FTA 수혜를 받는 기업의 이익을 일부 환수해 농어업 등 피해산업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매년 1조원을 목표로 한 출연액은 지난 3년을 모두 합쳐 670억원이 가량에 그쳤고,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업의 참여는 더욱 저조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정농단 이후) 분야를 막론하고 기금 형태의 기업 출연금은 공무원들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직불금 3배 증액... ‘재정만능’ 우려=공익형 직불제는 정부가 WTO 개도국 특혜 포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이전부터 농가 지원책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정부는 ‘직불제가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얼마나 더 직불금을 늘릴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없어 앞으로 농업예산 증액 압박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내년 농업예산 규모를 최근 10년내 가장 높은 증가율로 확대한 15조3,000억원으로 편성한 상황이다.

공익형 직불제 도입 과정이 순탄할 것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당장 농가 간 이해관계 조정이 시급하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작 논의 크기에 따라, 또 논과 밭작물 간에 직불금 비율을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 조율해야 한다”며 “생산량에 연동되지 않은 직불금 체제로 전환해나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WTO 추가 협상 정말 없나=정부가 WTO 개도국 특혜를 포기한 가장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는 ‘가까운 미래에 WTO 농업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농업 분야를 포함한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은 회원국 별 입장 차로 10여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성 제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 농업계의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개도국 특혜를 포기할 경우 농산물 분야 관세 인하폭(감축률)이 최소 62%에서 최대 68%에 이를 수 있다”며 “DDA에서 (개도국 특혜를 포기한 국가를 포함한) 선진국에 농산물 관세 상한선을 부과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만에 하나 DDA 협상이 재개될 경우 우리 농업을 지킬 수단이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DDA에서 농업 선진국이 어떠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 알 수 없으면서 ‘당장 타결되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특혜를 포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농업 체질개선 시급해져=이번 결정으로 한국 농업의 체질개선은 한 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정부와 민간을 가릴 것 없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디지털(IT)과 농업을 결합한 스마트팜(smart farm) 혁신밸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까지 전국 4개 지역에 4,0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향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통·물류·판매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분석해 농가 소득 확대 모델을 찾겠다는 것이다. 한 농민단체 대표는 “이동통신사 등 기업에서도 최근 스마트팜 진출이 활발하다”면서도 “농업이 대기업의 새 먹거리로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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