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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중동은 여전히 테러그룹들의 옥토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아랍의봄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경제정체·억압·좌절감에 빠져
시리아·예멘 등 유례없는 대혼란

  • 2019-11-04 17:14:31
  • 사외칼럼
[해외칼럼] 중동은 여전히 테러그룹들의 옥토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사망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건져낸 진정한 승리다. 이슬람국가(IS) 수괴의 사망은 지구상에 출현했던 가장 잔인하고 위험한 조직 중 하나인 IS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최근 이라크에서 레바논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위세를 떨치는 집단 시위가 보여주듯 중동은 여전히 정정이 불안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게다가 알바그다디의 사망이 중동에서 미국의 개입을 축소하는 또 하나의 계기로 작용할 경우 현지의 통제 불능 상황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9·11 테러 이후, 세계는 급작스럽게 중동지역에 시선을 고정했고 이곳이야말로 지난 수십년간 의미 있는 정치적·경제적 혹은 사회적 진전을 전혀 이루지 못한 거의 유일한 지역이라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같은 기간 지구촌 곳곳에서 공산주의가 붕괴됐고 군사정권이 사라졌으며, 경제성장이 개발도상국의 모습을 바꿔놓았다.

그러나 중동지역의 시계는 멈췄고, 일부 측면에서는 아예 거꾸로 돌았다.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정체가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이 성장하고 번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한 것으로 믿었다.

2002년 아랍 전문가들이 직접 연구하고 작성한 아랍 개발에 관한 보고서는 이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적 문제점들을 찾아 열거했다. 보고서는 중동이 현대사회로 이동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세 가지 결핍을 지적했다. 자유와 여성의 권리 및 지식의 결핍이다. 아랍권에 속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경제적 기회와 정치적 권리 및 사회적 진전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랍권 밖의 정부들은 이들을 중동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다뤄야 할 결정적 이슈로 간주했다.

이후 몇 년간 기대수명, 문자해독 능력과 여성의 지위와 같은 몇몇 분야에서 일부 개선이 이뤄졌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나온 유엔 아랍개발보고서는 2010년 이후 이들 분야에서 이뤄진 평균 연간 성과들이 거의 모든 아랍국가에서 둔화됐거나 아예 반전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2011년 아랍의 봄에도 중동지역에 더욱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이유가 무엇인가. 아랍의 봄이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 부분적 이유다. 아랍의 봄을 경험한 국가들 가운데 오직 튀니지만이 민주적 지배체제로 바뀌었다. 이집트는 억압통치로 되돌아갔고 내전을 경험한 시리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가 피 묻은 권력을 재장악했으며 예멘과 리비아는 자유낙하하고 있다. 이들 외 다른 중동국가들 역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통계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중동의 청년실업률은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대 고용주인 권역 내 각국 정부가 방대한 식품과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이들의 경제모델은 지극히 비효율적이고 고비용적인데다 지속적 유지가 불가능하다.

개혁 노력은 엇갈린 결과를 보인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약간의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지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의 경우 저유가로 경제 전반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민간 분야의 회생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기 어렵다. 이집트는 전체 노동인구의 20%를 국가에서 고용한다. 알제리 정부는 전체 인력의 40%, 사우디는 65% 이상을 채용한다.

정부가 뒷전으로 물러선 곳에서는 민간 부분이 나서곤 있지만 고용 공백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당수 중동국가는 정부보조금을 삭감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가 발생하자 공권력을 동원해 진압했다.

2002년 유엔 보고서는 아랍국들이 자발적으로 정치적 개방을 추진한다면 사회 개혁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았다. 정치적 개방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향한 대중적 지지를 봉쇄할 인기 있는 선출직 지도자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조지 W 부시가 제시한 자유 어젠다의 배경을 이룬 매력적 아이디어로 중동지역에 대한 신중하고 진지한 사고에 뿌리를 박고 있었다.

하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다. 정치적 개방은 대부분 폭동과 종파분쟁·내전과 유혈 진압으로 이어졌다. 통일성과 안정을 유지해온 레바논과 요르단은 취약한 상태고 개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아랍의 장기 소요가 가져온 가장 중요한 결과는 이 지역에서 미국이 발을 뺀 것이다. 부시 행정부 2기를 시발점으로 버락 오바마를 거쳐 현재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이르는 동안, 미국은 중동에 신물이 나고 말았다. 지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지저분하고 불안정한 지역에 대한 책임을 홀가분하게 벗어던지고 싶어한다. 영원한 전쟁을 끝내기 원한다는 트럼프의 말에 대다수의 미국인은 동의한다.

지금 우리는 미국이 빠져나간 후 중동이 어떤 모습으로 떠오를지 지켜보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 등 중동의 강자들이 벌써 영향력 다툼을 벌이고 있고, 터키와 이스라엘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로 밀고 당기고 있다. 시리아에서 5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고, 예멘이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하는 등 대격변의 시기에 전례 없는 대혼란이 일고 있다.

IS는 지도부를 잃고 현재 뿔뿔이 흩어졌지만 경제적 정체, 억압과 좌절감 등 테러집단에 연료를 제공해온 악마들은 지금도 아랍세계에 출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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