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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에서] 발칸중심 세르비아와 ‘미래30년’ 신뢰 다질 때

최형찬 주세르비아 대사

역사·안보과제 등 닮은점 많고

한국 경제발전 배우려는 의지 강해

고위급 교류·국내기업 진출도 늘어

새로운 차원 윈윈관계 쌓아 나가야





우리나라에 ‘세르비아’라고 하면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알더라도 정확히 어디인지 모른다. 유고슬라비아였다고 하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1990년대 유고 연방 해체 당시 보스니아·코소보 전쟁을 통해 세르비아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 세르비아는 우리에게 지리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먼 나라인 것이다.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의 중심. 유럽대륙으로 통하는 관문으로 게르만족과 슬라브족, 오토만 제국과 합스부르크 왕가의 오랜 전쟁터가 된 나라. 세르비아계 민족주의자 청년이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황태자를 저격해 1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알린 사라예보 총성의 한가운데에 있던 나라다. 세르비아를 포함한 6개국이 연방을 이뤄 요시프 브로즈 티토를 중심으로 제3세계 비동맹운동을 주도했던 나라가 바로 ‘유고’이며, 그 중심에 세르비아가 있다. 우리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추진된 북방정책의 일환으로 1989년 유고와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며 올해는 그로부터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지리적 거리는 멀지만 세르비아와 우리는 닮은 점이 많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숱한 침략을 겪은 역사가 비슷하고, 우리에게 북핵 문제가 있다면, 세르비아에는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와의 관계라는 외교·안보 과제가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우리처럼 전쟁과 분단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세르비아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높이 평가하고, 신뢰하며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도움의 손길을 뻗는데 가만히 있을 우리가 아니다. 일례로 세르비아가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전자정부 분야에서 경제발전경험공유프로그램(KSP)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지식과 경험을 전수했으며 세르비아는 올해 하반기 제2데이터센터를 착공했다. 올해부터는 2단계 사업으로 전자정부 구축 전략의 효과적 이행을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 기업의 투자진출을 통한 경제협력 증진 또한 세르비아가 크게 기대하고 있는 분야다. 알렉산더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취임 당시 유럽연합(EU)·미국·러시아와 함께 한국을 주요협력국으로 거명했으며 한국 기업 투자 유치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10월 국제의회연맹(IPU) 총회를 계기로 세르비아를 공식 방문한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만남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수한 인적 자원, 적극적인 투자 인센티브,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네트워크 등 유리한 투자 여건을 역설하면서 세르비아를 유망한 투자처로 한국 기업들에 적극 홍보할 것을 요청했다. 문 의장은 부치치 대통령이 IPU에서 만난 몇 안되는 국회의장들 중 하나였다. 현재 세르비아 내 우리 기업으로는 10년 전 최초로 진출해 5개의 공장을 건설하고 7,000여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는 유라코퍼레이션, 지난해 말 새롭게 전선 공장을 준공한 LS그룹 등이 있다. 부치치 대통령은 LS그룹 공장의 기공식과 준공식에 모두 참석해 한국 기업 투자 유치에 대한 열성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세르비아의 잠재력을 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5월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우리 국민들이 탑승한 선박이 침몰하는 비극적인 사고 발생 당시, 세르비아는 우리에게 또 한 번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헝가리와 국경을 맞댄 다뉴브강 하류 국가로서 잠수사를 포함한 경찰 인력을 연일 동원해 구조 작업에 열과 성을 다해줬던 것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올해는 우리 외교부 장관 및 국회의장 방문 등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전에 없던 고위급 교류가 이뤄진 한 해였다. 지난 30년이 우호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30년은 새로운 차원으로 윈윈 관계를 쌓아나가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발칸의 중심에 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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