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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식 땐 평생 면역억제제 복용' 불문율 국내도 깨졌다

■삼성서울병원 신장이식팀 '면역관용요법' 성공

신장·골수 조혈세포 이식 전후해

면역세포, 신장 적으로 인식 안할

면역억제제 종류·양 조합 찾아내

1~2년내 30~40% 약 끊을수 있어

평생 면역력 약화 걱정도 "굿바이"

신장(콩팥)·간 등 장기를 이식받으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국내에서도 깨졌다.

삼성서울병원 신장이식팀이 기증자의 신장과 골수 조혈세포(적혈구·백혈구 등을 만드는 세포)를 함께 이식하고 면역억제제를 적절하게 사용했더니 면역세포가 이식받은 신장을 적으로 인식하지 않아 면역억제제를 끊어도 망가지지 않고 잘 기능한다는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해서다.

13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박재범·이교원 이식외과 교수 등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은 1~2년 안에 면역억제제를 끊어도 면역세포가 이식받은 신장을 공격하지 않게 하는 ‘면역관용 유도요법’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하고 성공적인 임상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이식(Transplantation)’에 발표했다.





박 교수는 “기증자의 조혈세포는 사라지기 전인 수 주~수개월 동안 환자 몸속에 공존하면서 면역세포가 이식받은 신장을 공격해야 할 적이 아닌 ‘한 식구’로 인식하게 만든다”며 “면역관용을 유도하려면 조혈세포 이식, 적절한 면역억제제 사용으로 면역세포가 이식받은 신장을 망가뜨리거나 면역력이 너무 떨어져 감염 위험이 높아지지 않게끔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장이식팀은 지난 2011년 12월~2018년 12월 ‘주조직 적합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가 불일치한 만성 신부전 환자 8명에게 신장이식 전후에 사용하는 면역억제제의 종류·사용량·사용횟수를 달리한 세 가지 면역관용요법(프로토콜1~3)을 적용해 효과를 비교했다.

삼성서울병원 신장이식팀 의료진이 이식수술에 앞서 환자가 ‘면역관용요법’을 통해 1~2년 안에 면역억제제를 끊어도 면역체계가 이식받은 신장을 공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대상인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그 결과 프로토콜3을 적용한 환자 3명 모두가 이식 1~2년 안에 면역억제제를 끊고도 합병증 없이 면역관용 상태를 유지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 신장이식팀 가운데 면역관용 유도에 성공한 곳은 미국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장기이식센터 등 4곳에 그쳤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 쓸 수 없는 면역억제제가 포함된 매사추세츠종합병원 프로토콜과 달리,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약물만을 사용해 처음으로 면역관용 유도·유지에 성공했다”며 “이식 단계에서 면역관용요법 적용을 받으면 신장이식 환자의 30~40%가 1~2년 안에 면역억제제를 끊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면역관용 유도 대상자의 경우 “현 단계에서는 이식받을 신장의 항체가 이미 형성돼 있는 등 이식에 대한 면역학적 위험부담이 큰 환자, 혈액형 A형인 환자가 B형 기증자의 신장을 받는 것 같은 혈액형 부적합 이식환자 등은 제외된다”며 “이미 이식을 받은 경우도 별도의 프로토콜 마련과 임상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장의 기능을 잃은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신장이식은 투석에서 벗어나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면역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의 독성 때문에 이식받은 신장의 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바이러스 질환 등에 걸리기 쉬운 것도 문제다.



그래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이식받은 신장이 환자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지 않는 면역관용 유도는 이식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신장 기능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이상적인 조건으로 여겨져왔다.

프로토콜3에 앞서 프로토콜1을 적용한 2명은 면역관용 상태가 유지되지 않았고, 프로토콜2를 적용한 3명 중 1명은 55개월 동안 면역관용이 유지됐다.

프로토콜 간 차이는 면역억제제의 종류와 복용량. 프로토콜3은 이식수술 전 2회 투여하는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의 양을 체중 1㎏당 22.5㎎으로 프로토콜1(60㎎)보다 줄이는 대신 골수세포를 억누르는 플루다라빈을 4회(체표면적 ㎡당 10㎎) 투여한다. 이식수술 후에는 타크롤리무스를 1개월만 쓰고, 이후 신장을 망가뜨리는 BK바이러스 증식 억제 기능이 있는 시롤리무스로 교체해 감염 위험을 낮춘다. 림프구의 면역거부반응을 억누르기 위해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이 이식 전후 3회 투여하는 약물 대신 쓰는 rATG는 프로토콜1~3 간 차이가 없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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