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있었고
넌 항상 어린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내년이면 데뷔 50주년을 맞이하는 가수 양희은의 히트곡 ‘엄마가 딸에게’의 도입부 가사이다. 특별할 것 없는 담백한 가사지만 읊조리듯 흘러나오는 양희은의 목소리가 더해져 듣는 순간 울컥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는 곡이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어 더욱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이 곡이 동명의 그림에세이로 출간됐다.
양희은, 김창기가 함께 쓴 노랫말에 키 큰 나무 작가의 서정적인 그림이 더해진 그림책 ‘엄마가 딸에게’는 가사의 구성을 극대화해 갈등이 가장 부각되는 시기의 엄마와 딸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표현했다.
원래 노래 ‘엄마가 딸에게’는 지난 2015년 양희은의 싱글 프로젝트 ‘뜻밖의 만남 _ 네 번째’로, 동물원의 전 멤버이자 현재는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창기와 함께 만든 곡이다.
양희은은 “김창기씨가 노래를 만들어 보냈을 때는 엄마의 얘기만 들렸다. 그래서 딸아이의 얘기도 듣고 싶어 내가 2절을 썼다”며 “엄마의 얘기를 들을 때 아이 가슴에도 뭔가 얘기가 시작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그림책 ‘엄마가 딸에게’에는 엄마와 딸을 상징하는 꽃이 등장한다. 본인도 엄마가 처음이라 여전히 서툴고 힘겹게 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중년여성을 붉은 꽃으로 표현했고 열다섯 딸은 푸른 잎과 순백색의 꽃잎으로 그렸다.
또한 모녀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로 나비가 등장하기도 하고, 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공간을 드넓은 우주로 표현해 가슴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담아냈다. 엄마와 딸의 일상을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화체가 추가돼 보는 재미를 더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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