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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종전선언 띄우기…한미동맹에 '미끄러운 비탈길' 될수도

[위기의 한미동맹] <5>북미협상 앞에서 작아지는 동맹

동맹 취약성 파고드는 金…트럼프 '전략적 행보' 맞물려

비핵화 불완전한 합의 땐 韓 안보전력만 약화 불가피

종전, 결국 美주둔 문제삼아 동맹질서 송두리째 흔들것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진행된 북미 정상 간 1시간가량의 만남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왜 열심히 종전선언을 추진하는지 의문을 품어야 합니다. 낙관론자들은 그 사람(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주민을 위해 ‘종전’이라는 새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하지만 비관론자들은 이것을 한미동맹을 갈라놓는 또 다른 술책(ploy)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2018년 10월 당시 유엔사 부사령관이었던 웨인 에어 중장은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종전선언에 법적 토대는 없더라도 사람들은 유엔사 존재 여부에 대해 계속 의문을 품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종전선언은 결국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미끄러운 비탈길(Slippery slope·발을 들이면 걷잡을 수 없는 험로)’로 접어들게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올해 말을 시한으로 3차 북미 협상이 추진되는 가운데 종전선언과 이를 둘러싼 주한미군 및 유엔사의 지위를 둘러싸고 다시금 논란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연기한 데 이어 18일 김 위원장에게 신속하게 행동에 나서 합의를 이루자는 트윗을 올렸다. 그러나 협상의 내용에 대해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북미가 올해 말 ‘스몰딜’이든, ‘빅딜’이든 협상에 진전을 보일 경우 북한의 체재 보장을 위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이 여전히 유력하게 검토되는 카드다. 하지만 종전선언은 한미동맹의 기존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정치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한미동맹의 취약성을 파고들려고 한다”며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연합훈련 중단 같은 것을 포함한다. 미 행정부가 경솔하게 이 같은 비핵화 방식을 받고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동맹을 약화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한미가 이용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반도 평화를 목표로 우리가 북미협상을 측면 지원하더라도 종전선언이 가져올 후폭풍에 빈틈없이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종의 ‘정치적 선언’으로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정전협정은 유효하며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주한미군 주둔에 문제는 없다. 종전선언→비핵화→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마무리되더라도 주한미군의 주둔 문제는 ‘한미동맹 간의 문제’라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누차 강조하는 바다.



하지만 △한국 내 자주파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 △한미동맹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미국 △궁극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바라는 북한 등 세 가지 원심력이 작동하면서 종전선언이 결국 기존의 한미동맹 질서를 완전히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는 상존한다. 특히 북미가 비핵화의 명확한 로드맵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말 협상 일정에 쫓겨 성급히 ‘단계적 비핵화’에 합의할 경우 우리 안보를 둘러싼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에 대해 초기 대응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이 이스칸데르급 새로운 미사일 체계를 개발했고 거기에 대한 우리의 충분한 대응 카드가 없다”며 “미국의 확장억제와 그에 관련된 정찰위성 등이 한국에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않다. 한반도 안보환경이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하는데 그러고 있지 않다”며 불완전한 비핵화 합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당장 주한미군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엔사의 경우 종전선언에 이어 평화협정이 이어질 경우 존립 근거가 상실되는 것이 사실이다. 유엔사의 한반도 주둔은 ‘정전협정을 관리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 내 자주파들은 유엔사와 관련, “유엔의 이름을 도용한 미국의 군사기구일 뿐”이라며 철수론을 주장하고 있다. 유엔사의 뒤에 있는 미군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방해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향후 종전선언 후 유엔사를 다국적이고 독립된 군사 기구로 만들어 동북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이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북미 협상의 당사자인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중장기 전략 실행을 위한 필수 단계로 유엔사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를 지속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올 9월 유엔군 사령부 역할을 강화하려는 미국 움직임에 대해서도 “조선반도(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국가 안보는 사람의 생명과 똑같아서 한번 (문제가) 일어나면 끝”이라며 “미군은 언제든 철수할 수 있고 주한미군 철수라는 1%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맹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미국의 거친 행보도 부담이다. 내년 이후 적용될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체결하기 위해 이날 방한한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은 “한국과 미국이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을 하는 합의에 도달하려면 할 일이 많다”며 치열한 협상을 예고했다. /윤홍우·박우인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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