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업체가 즐비한 글로벌 방산 시장에 국내 중소기업들이 특화된 제품으로 틈새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국내시장에서는 품질이 우수해도 지명도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역차별 당하고 수출지원금 증액도 무산에 그치는 등 중소방산업체들의 수출 환경은 날로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또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고유 모델을 불법 복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 정부 차원의 대응이 요구된다.
태국 방콕에서 개막된 국제 방산전시회(D&S 2019) 사흘째인 20일 한국 방산중소기업들의 전시장에는 아세안 각국의 군 장성들보다 글로벌 업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국내 중소방산업체들은 차륜형 장갑차와 열상감시 카메라 등 각종 영상장비, 전차용 포구 자동청소기, 함정용 방수훈련 시뮬레이터, 미사일 정밀 부품, 사격 및 조종 시물레이터 등을 선보이며 회사 홍보 및 수출 상담에 마지막 힘을 쏟았다.
특수차량 전문업체인 코비코는 소총탄 및 지뢰에 대한 방호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4륜 전륜구동(4X4) 장갑차 독자 개발품을 선보였다. 특히 해외 전시회에 처음 참가하면서도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21개 한국기업 중에서 가장 큰 면적의 전시장을 마련한 대우해양조선과 같은 크기의 전시장에 출품작을 전시, 눈길을 끌었다. 군용차량 부품 생산에 주력해온 이 회사는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아시아·중동·중남미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주포와 전차포, 함포 등의 포구자동청소기를 개발한 수성정밀공업은 해외 소량 수출을 이어가고 있으나 국내 수요 부진과 해외업체에 의한 모방 생산 위기에 봉착했다. 유럽과 중동에 걸친 한 나라의 업체가 동일한 개념의 포구자동청소기를 생산, 내년부터 국제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유도무기와 핵심 부품을 개발, 생산하는 KIM(킴)은 고성능 미사일의 날개를 제어하는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으나 정작 국내 완성업체에서는 주문을 꺼려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주지향 부사장은 “납품한 국산 부품의 문제가 생기면 각종 가중처벌이 뒤따르지만 똑같은 성능의 부품을 납품하는 해외 방산업체들은 부품 교체의 책임만 질 뿐”이라며 “중소기업들은 애써 개발한 첨단제품을 수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중소기업들의 국제무기전시회 참가를 돕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방산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은 날로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의 지원금 증액이 무산된 탓이다. 예산 당국 일반 중소기업에 대한 수출지원정책의 기준을 방산관련 제품에도 적용, 수출지원금이 감액될 처지이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중소기업들의 국제 전시회 참가를 지원하기 위해 수출지원금을 끌어 올렸으나 정부 내 반대 의견에 봉착한 상태다. 방위산업진흥회 협력팀 안상남 부장은 “방산제품은 일반 수출품과 달리 안보에 직결된다는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콕=권홍우기자·국방부공동취재단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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