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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코노미] "우리 개가 물었다고요? 저희 변호사랑 얘기하세요"

■커지는 '펫 법조시장'

펫팸족, 반려동물 권리구제 적극 나서며

동물병원 의료사고·훈련센터 학대 등

민사소송부터 헌법소원까지 분쟁 확대

동물 관련 사건 수임하는 변호사 등장

로스쿨 교수도 동물법 연구 위해 뭉쳐







#1 청주에 사는 이민영(가명)씨는 10년간 함께한 반려견 ‘봄이’의 건강이 악화하자 충북대 동물의료센터에 입원치료를 맡겼다. 봄이가 전이성 폐종양 진단을 받고 입원 일주일 만에 숨지자, 이씨는 동물의료센터가 자신의 반려견을 학대해 사망하게 만들었다고 믿게 됐다. 이에 앙심을 품은 이씨는 “담당교수와 동물의료센터장이 키우던 강아지 폐에 밤새 물을 넣고 실험과 연구를 계속해 죽었다”는 허위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씨는 결국 명예훼손으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받았다.

#2 수의사로 일하는 김성민(가명)씨는 2015년 4월 자신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 푸들을 진료하면서 면허가 없는 강모씨에게 사상충 예방접종 주사를 놓도록 했다. 이에 고양시는 김씨가 수의사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3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김씨는 이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으나 각하됐다.

1,000만 ‘펫팸족’ 시대, ‘애완’에서 ‘반려’로 동물과의 유대감이 강화되며 동물을 둘러싼 법적 분쟁 역시 늘어나고 있다. 반려인들이 가족의 일원과도 같은 반려동물의 적극적인 권리구제에 나서면서 분쟁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동물 분쟁이라고 하면 주로 개 물림 사고나 소음 분쟁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수의사법·민법·민사소송법·동물보호법 심지어는 헌법으로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동물을 둘러싼 산업인 ‘펫코노미’가 활성화되면서 생긴 변화다.







◇개 물림 사고, 소음 넘어 다양해진 분쟁



일명 ‘한일관’ 사고는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인식을 촉구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 2017년 서울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53)씨가 아파트 승강기로 달려든 이웃의 개에게 물려 사흘 만에 숨진 사고다. 견종이 맹견으로 분류되지 않는 프렌치불독인데다 견주가 유명 아이돌 출신 배우인 최시원(30)씨로 드러나 입마개 착용 기준과 개 물림 사고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켰다. 반려인구가 늘면서 개 물림 사고도 증가세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로 인해 119로 긴급이송된 환자 숫자는 2014년 1,889명에서 지난해 2,368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헌법소원도 잇따르고 있다. 동물권 단체인 ‘카라’와 동물권연구변호사 단체인 ‘PNR’은 개 식용 산업으로 피해를 본 청구인 700여인을 모아 현행 식품위생법상 개고기 유통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에는 이웃집 남성이 반려견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재물손괴죄’가 적용된 데 대해 “민법이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되기도 했다.

◇반려 법조시장 등장에 변호사 모임도





반려동물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다변화되면서 법조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펫팸족을 겨냥해 동물사건 수임에서 전문성을 강조하거나, 동물법을 연구하는 변호사·교수들의 모임도 생겼다. ‘동물보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법제와 질서에 초점을 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학문·산업적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아직 반려동물 법조시장이 미약한 만큼 훨씬 더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0명으로 시작해 전국 50여명의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규모로 성장한 ‘동물법학회’가 대표적 예다. 동물법학회는 동물 관련 법제 연구에 관심을 가진 변호사들이 모인 단체로, 반려동물 관련 사건이 다양해지는 데 비해 법령이 복잡하고 공백도 많다는 점에 공감하며 모였다. 동물법학회 회원들은 인터넷상에 칼럼을 주기적으로 연재하고 동물실험·동물카페 등에 관한 공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한다.

동물법학회 창립멤버인 차민우 변호사(법무법인 동남)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며 동물법이 체계적이고 세밀해질 것으로 본다”며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 역시 반려동물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변호사는 “제가 동물법학회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연락 주시는 상담자가 많고 실제 사건 수임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동물화장장 등 동물장묘업 문제, 반려견 훈련소 사망사고, 동물 의료사고 등을 실제로 수행했다”고 말했다.

교내 수의대와 동물병원을 기반으로 반려산업 관련 법조시장 선점을 타기팅하고 있는 건국대도 주목받고 있다. 건국대는 충주시와 공동으로 6월 글로컬캠퍼스(충주캠퍼스)에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법률상담센터’를 개소했다. 상담센터에서는 건국대 법학 교수와 변호사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온오프라인으로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반려동물 법제에 대한 상담·연구·교육이 동시에 이뤄진다. 건국대는 반려동물 산업 최고위 과정도 개설해 3기째 인기리에 운영 중이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등 회원들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식용 종식을 위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물권 수호 변호사 단체도 등장



2017년 꾸려진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People for Non-human Rights)’은 ‘동물권 수호’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익산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에 대한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소송을 대리하고,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는 축산법 개정안 등 법제 개정에도 참여했다. 미국 변호사 모임인 ‘NPR’에 영감을 받아 출범한 PNR에는 현재 박주연·서국화 변호사를 필두로 다양한 배경과 소속의 변호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로스쿨 교수들도 동물법 연구를 위해 뭉쳤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동물법연구회에는 동물 관련 법제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전국 로스쿨 교수 30여명이 참여해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홍 교수는 “법학계에서도 동물보호법상의 문제, 동물에 대한 공공의료보험 적용을 위한 의료비 표준화 연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며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을 비롯한 동물에 대한 법체계 정비는 헌법·민법·민사집행법 등 다층적인 영역에 걸쳐 있어 학계에서도 논의가 보강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법연구회는 앞으로 학술지를 발간하고 해외 학자와도 공조해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등 활동반경을 확장할 예정이다.

‘반려견 법률상식’ 저자이기도 한 홍 교수는 “반려동물과 관련해 법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까지 확장해 연구·강의를 개설할 필요가 있다”며 “동물병원이나 반려동물 미용사가 의료사고나 법적 분쟁에 휘말린 판례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게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홍 교수는 ‘동물법개론(가칭)’을 정규수업으로 개설해 수의학·펫뷰티 등 유관 산업분야와도 유기적인 내용으로 강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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