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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프레스코





로마 여행에서 꼭 봐야 할 게 있다면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과 가톨릭 교황국 바티칸이다. 콜로세움에서는 기원 80년께에 세워진 5만명 수용 경기장의 웅장함에, 바티칸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온갖 미술품에 관광객들은 혀를 내두른다. 역대 교황들은 자신의 권위를 높이고자 진귀한 미술품은 다 끌어모았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에 그려진 ‘천지창조’는 바티칸 미술품의 백미다.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직접 4년이나 정성 들여 그린 성서의 창세기 그림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 벽화는 프레스코 방식으로 그려졌다.

프레스코는 인류 회화사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 기술의 하나다. 벽에 회반죽을 바르고 어느 정도 마른 다음 스케치하고 그 위에 채색하는 벽화의 대표적 기법이다. 화가는 아침에 그날 제작할 수 있는 면적만큼만 회반죽을 바른다. 안료가 석고에 배어들어 마르기 때문에 벗겨질 걱정이 없지만 덧칠을 할 수 없어 그림을 고치려면 원칙적으로 회반죽부터 다시 발라야 한다. 변색이 안 되고 내구력이 있어 좋지만 광택을 잃고 발색이 둔화돼 차분한 느낌을 주게 된다. 이런 방식의 그림은 기원전 3000년 께 그리스 미노스문명의 중심지인 크레타섬 크노소스 벽화에서 유래했다. 이후 로마에서 많이 활용됐고 르네상스기에 융성했다. 조토 디본도네·마사초·미켈란젤로·라파엘로 산치오 등 많은 이탈리아 화가들이 걸작들을 남겼다. 16세기 이후로는 점차 유화로 대체됐다. 중국·한국·일본 등의 고대 불교 벽화도 기원전 5세기 즈음 유럽에서 전파된 프레스코 방식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프레스코(fresco)란 ‘방금 회반죽을 칠한 위에’라는 이탈리아어에서 나온 말이다. 영어의 ‘프레시(fresh)’라는 어휘도 여기서 유래했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나폴리 폼페이 유적지에서 발굴된 그리스 신화를 그린 프레스코 벽화가 일반에 공개됐다. 스파르타 왕비 레다가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에 의해 임신하는 것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2000년가량 지났어도 형태가 거의 완벽한데다 색감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해 고고학계와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폼페이는 서기 79년 인근 베수비오산에서 화산이 폭발하면서 한순간에 화산재에 파묻혀 폐허가 되고 잊혔다가 200여년 전부터 유적발굴이 시작됐다. 프레스코화를 통해 2000년 전의 생활·사고방식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니 이는 자연재해가 준 축복일까.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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