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한 시민문화교육관은 대학 건물이 단순한 건물을 넘어 지역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담았다. 건물이 수행할 역할을 충족하면서도 지역사회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심도 있게 고민한 결과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립대는 개교 100주년을 맞아 이 공간을 지역사회와 지식을 공유하고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하길 바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건축설계공모를 냈고 가아건축사사무소가 낸 ‘열린 시민문화교육관’이 선정됐다. 서울시립대 캠퍼스의 입지조건을 반영해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건물을 도시의 공공 공간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지금까지의 대학 기념관과는 분명히 다른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시민문화교육관은 주변 주택단지와 작은 녹지에 접한 서울시립대 캠퍼스의 경계에 있다. 기존에는 음악당과 체육관이 있던 자리다. 이 기억을 보존하면서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녹지는 남기고 음악당 자리의 건물은 벽돌을 사용했다. 건축설계공모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김인철 아르키움 대표는 “10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을 조형으로 표현하기보다 음악당의 흔적을 기억하는 장치로 삼은 점이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이 건물은 서울시립대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관과 체육관, 국제 회의장, 강의실, 시민 도서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복잡한 용도를 담고 있다. 다중 역할 수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으로 고저차가 있는 기존 대지 조건을 이용해서 서로 다른 높이의 공간들을 단면적으로 배치했다. 하부 구조를 바탕으로 상부 시설을 최소화해 자연과의 소통을 이뤘다.
면적이 크고 층고가 높은 국제 회의장이나 체육관은 하부에 배치하고, 자연 채광과 환기가 필요한 강의실과 시민대학은 세 개의 다른 건물로 나눠 상부에 배치했다. 지상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커다란 데크는 나뉜 각각의 시설을 연결하면서 인접한 자연과 소통하는 외부 공간이 됐다. 주말이나 여름 저녁에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지역사회의 중요한 공공 공간으로 기능한다. 주변 주택단지에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데크 레벨을 기존 체육관보다 낮게 계획한 것도 지역사회와의 조화를 위한 노력이다./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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