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사회공공부문 본상을 수상한 ‘서소문역사공원과 역사박물관’은 설계뿐 아니라 시공(동부건설) 등 여러 면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이곳은 조선 중기로부터 400여 년 간 국사범들의 처형장으로 쓰인 터다. 특히 1801년 신유박해부터 1866년 병인박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처형된 곳이기도 하다.
우선 지난 2014년 진행된 국제현상설계공모에는 무려 296개팀이 응모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심사 끝에 인터커드·보이드아키텍트·레스건축 컨소시엄의 ‘인시티 인그레이빙 더 파크(EN-CITY_ENGRAVING the PARK)’가 당선됐다.
이들은 역사박물관에서 동선에 따라 이동할수록 경건함과 웅장함이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장소에 따라 층고가 다르고 공간의 깊이감도 다르다. 수십 미터의 직선으로 뻗은 진입램프를 지나 진입광장에 들어서면 하늘광장을 접한다.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위해 희생당한 사람들의 정신을 기리는 추념의 의미를 담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시공도 매우 어려운 난제였다. 특유의 복잡한 동선과 거대한 규모 때문에 건축물의 시공 난이도는 굉장히 높았다. 경쟁입찰 끝에 8대 1의 경쟁을 뚫고 시공을 맡은 동부건설 관계자는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길을 잃을 정도였다”며 “베테랑 기능공들도 도면을 잘 이해하지 못해 공사 중에 협의할 일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지상 1층·지하 4층, 연면적 4만 6,000여㎡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복합공간이 순례길을 따라 배치됐다. 이렇다 보니 지하의 역사박물관, 하늘광장, 콘솔레이션(Consolation)홀, 교회, 도서관, 세미나실을 찾는 동선은 복잡하게 느껴질 정도다.
난이도가 높은 도면 탓에 견적 산출 또한 쉽지 않았다. 철거와 토목 일부, 전기·통신, 인테리어 공사 등을 제외한 사업비는 318억 6,600만원으로 책정됐다. 시공 과정에서 공사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했다. 착공 1년 만에 골조공사를 담당한 전문건설사가 중도에 포기했다. 동부건설이 다른 전문건설사를 찾아 골조공사비를 다시 책정해보니, 기존 견적 금액의 1.5배를 요구했다. 부족한 공사비 때문에 설계 변경도 잦았다. 발주처와 협의하며 설계를 바꾸다 보니 시공기간 또한 기존 20개월에서 30개월로 늘어났다.
이 같은 열악한 조건을 극복한 성과였기에 보람은 더 컸다. 이상윤 동부건설 현장소장은 “공사 환경이 악조건이었는데도 설계 도면을 거의 그대로 구현한 결과물을 도출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동부건설의 관록 있는 현장 노하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던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