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비중을 빠르게 늘리며 ‘SUV 명가’로 손색이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SUV 선호로 빠르게 바뀌는 소비자 취향을 따라잡지 못했던 실책을 ‘현대 속도’로 빠르게 극복하고 화려한 SUV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들어 11월까지 21만6,577대의 SUV를 판매하며 국산 SUV 전체 판매량 중 절반에 가까운 45.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인 기아차가 30.3%, 전통 SUV 명가로 꼽히는 쌍용차는 12.3%였다. 이어 르노삼성 9.4%, 한국GM 2.8% 순이다. 현대차 전체 판매량 중 SUV 비중도 32.1%로 3분의 1에 가까운 높은 비중을 보였다. 전년 동기대비 3만 대 이상 늘어난 것으로 쏘렌토, 카니발 등을 보유한 전통적인 SUV 강자 기아차보다 판매대수와 비중을 모두 앞지른 수치다.
최근 몇 년 간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취향이 SUV로 확실히 이동한 시기였다. 올해 또한 10월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승용차 298만3,271대 중 약 60%인 178만6,836대가 SUV(CDV포함)였다.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의 증가와 기술 발전으로 인한 승차감 향상, 넓은 공간 등이 소비자들이 SUV를 선호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 같은 변화의 초반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7년 상반기만 해도 현대차의 SUV 라인업은 투싼, 싼타페, 맥스크루즈 등 3개뿐이었다. 그마저도 서로 차별화가 적어 ‘비슷한 차들’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불과 2년 여 만에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 2017년 하반기,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글로벌 전략 소형 SUV 코나를 내놓은 데 이어 국내 SUV 역사상 최초로 연 10만 대를 돌파한 싼타페의 혁신적인 풀체인지 모델을 발표했다. 지난해엔 국내 대형 SUV 시장에 돌풍을 몰고 온 펠리세이드를, 올해는 최신 라이프 트렌드인 ‘혼자 라이프’를 컨셉으로 한 젊은 감각의 소형 SUV 베뉴를 더했다. 2년 전에 비해 SUV 라인업이 몰라보게 두터워졌다.
SUV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2017년 현대차 SUV 판매량은 12만8,611대로 회사 전체 판매량 중 18.7%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각 차급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싼타페와 코나의 선전으로 SUV 판매 비중이 9.7%포인트 증가한 28.4%로 증가했다. 올해는 1~11월에만 21만6,577대의 SUV를 팔며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가량인 32.1%로 SUV 비중을 높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3년 간 베뉴, 코나, 싼타페, 펠리세이드, 넥쏘 등 5종의 SUV 신차를 출시하며 라인업을 크게 확장했다”며 “이제는 국내 최고 SUV 명가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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