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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칼럼] 4차산업과 모빌리티 사업 규제법

인하대 교수·국제통상학

'타다 퇴출' 운수사업법 개정안

국토위 졸속처리에 업계는 멘붕

규제개혁 정책제시 빈말 안되게

당정, 공유경제법안 개악 막아야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년 반 동안 영업해온 신기술 모빌리티 업체를 퇴출하기 위해 ‘운수사업법’ 34조를 개정했다. 개정된 34조에는 공항이나 항만에서 관광 목적으로 11~15인승 승합차를 운전자와 함께 빌릴 때 6시간 이상 이용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승차공유와 관련한 논란은 택시업계의 고발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사안이다. 그럼에도 국회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모빌리티 사업을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공정경쟁을 이유로 반대하던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대의사를 거둬들였고 산업 관련 부처들도 입을 닫았다. 규제를 혁파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현행법을 근거로 한 모빌리티 산업 기반 자체를 없앴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제56회 무역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고 보호무역을 넘어야 한다”며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수출동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4차 산업혁명의 산실인 판교에서 열린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행사에서 데이터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올 들어 모빌리티 업체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이 나오자 국토부에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통해 모빌리티 업체를 택시화하도록 종용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국회가 나서 입법으로 영업을 막았다. 2015년 우버엑스가 국내에서 영업하지 못하도록 ‘우버 택시 금지법’을 만들고 2018년 카풀 스타트업인 풀러스를 퇴출하기 위해 ‘카풀 금지법’을 만든 것의 연장선이다. 승차공유 사업에는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다.



국토위의 이번 개정안 통과를 보고 공유경제 사업을 위해 수년간 몰두해온 국내 4차산업 업계는 ‘멘붕’에 빠졌다. 단순히 모빌리티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혁신 사업이 등장하면 기존 사업자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택시업계와 같이 이해관계자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때 정부와 국회가 한목소리로 기존 산업을 옹호한다면 혁신은 설 자리가 없다.

‘데이터 3법’도 마찬가지다. 주로 정보통신기술(ICT) 측면에서만 강조되지만 4차 산업혁명 비즈니스의 핵심은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공유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어렵사리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데이터 3법’이 본회의 문턱에서 좌절돼서는 안 된다. 데이터 3법이 무산되면 국제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적정국 지위를 받지 못하게 되고, 이 경우 EU 시민권자 개인정보를 다루는 국내 기업은 적지 않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 3법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과감한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는 각계 요구에 정부는 작심하고 규제 샌드박스와 규제자유특구를 설치해 신기술 혁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을 수차례 발표했다. 하지만 혁신기업들의 반응은 신통찮다. 규제프리특구에 맞춰 첨단기술과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더라도 규제 샌드박스 밖으로 나오면 택시업계의 반발과 같은 이유로 정치권이 기존 산업 편을 들게 될 것이고, 신산업 영업에 필요한 규제혁신이 되지 않아 그동안 투자한 자금과 시간을 허공에 날리게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즈니스모델의 해외수출을 언급하겠지만 국내에서 못한 사업을 해외에서 가능할 것으로 믿는 기업인은 없다.

신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전통산업과의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미래산업 발전을 위해 이해를 조정하면서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규제개혁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수출동력을 육성하겠다는 대통령의 정책 제시가 빈말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당과 정부는 운수사업법 개악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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