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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조국사태는 '586정치'의 변곡점…저들이 국민 삶 개선할 수 있겠나"

■Mr.쓴소리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화라는 무기 하나만으론 다양한 이해관계 반영 못해

나는 비주류, 주류의 정책오류 브레이크 걸기가 내 역할

3기 신도시, 20년뒤 재앙…매물 나오도록 거래세 낮춰야

文정부, 임기 초반에 '제왕적 대통령제'부터 수술했어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국 사태는 586세대가 정치를 주도하는 주류 세력으로서 제 역할 다 하고 국민 삶을 개선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던졌다”며 “이것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변곡점이 된다”고 말했다. /권욱기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당 내에서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힌다. 초선 비례대표임에도 기획재정·정무위원회를 관장하는 제3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아 여느 중진 의원 못지않은 중량감을 지닌다. 그를 더 빛나게 하는 것은 정책 현안에 대해 가감 없이 쓴소리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동결하자고 주장했고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번지수가 틀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정부 정책 편들기가 일상화한 여당 분위기 속에서 그는 별종이라면 별종이다. 최 의원은 “당내에서 주류가 아닌 나의 역할은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국회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지난해 12월27일 의원회관에서 최 의원을 만났다. 그는 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걸까. 이것부터 궁금했다.

-Mr. 쓴소리 또는 브레이크라고 하는데.

△여당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 자동차를 예로 들겠다. 자동차를 운전해서 목표지점에 가려면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야 한다. 그러자면 브레이크가 잘 작동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나는 민주당 정부에서 주류가 아니어서 액셀을 밟을 입장이 못 된다. 정부가 성공하려면 주류의 정책이 다 좋으면 좋겠는데 내가 보기에 시행착오도 있고 문제가 많아 ‘이건 안 된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동료 여당 의원으로부터 눈총받지 않나.

△처음 국회에 왔을 때 공격을 많이 받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격하는 분들이 ‘정체성에 안 맞는다’ ‘빨리 나가라’고 하더라. 한데 언젠가부터 브레이크 역할을 주류들이 인정하더라. 요즘은 일체의 공격이 없다. 이해찬 대표가 나를 김종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처음에는 멀리했는데 당 대표 경제특보로 임명했다. 제3정조위원장은 초선의원에게 맡기지도 않는다.

-정치권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지.

△전혀 아니다. 지난 2015년 서강대에서 정년퇴직할 때 고별 강의 주제가 주류학자의 참회론이었다. 교수할 때는 학생들이 골라서 취직했는데 정년퇴직할 즈음 경영학과 학생조차 취직이 안 돼 너무 미안하더라. 퇴임 강연 말미에 ‘뭐 하실 거냐’고 묻길래 여러분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양극화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사회적 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그런 기회가 찾아왔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투표를 앞둔 지난해 12월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표결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손팻말과 현수막을 펼치며 국회 의장석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가로막혀 있다./서울경제DB


-20대 국회의 성적을 매긴다면.

△점수를 주기조차 아깝다. 크게 보면 역사적 궤적을 남기기도 했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민주당 입장에서 야당을 하다 여당이 됐다. 하지만 지난 1년 국회는 거의 정지상태였다. 국회가 ‘이래도 되나’ 싶더라. 정치는 각 정파가 서로 국민을 위해 잘하겠다는 공약과 정책을 내고 선거에서 평가받는 것인데 불행히도 서로 못하기 경쟁을 한다. 누가 덜 못하느냐로 심판을 받는다. 국회의원이라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

-내년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는데.

△저 같은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구가 없기에 불출마 선언이 의미가 없다. 가만히 있으면 나가지 않는 거니까. 대학강단에 30여년 섰던 나로서는 지역구를 관리할 자신이 없다.

-초선만 하고 나가면 아쉽지 않나.

△비례대표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여당의 험지, 이를테면 서울 강남이나 서초 같은 공천 내기 어려운 곳에 나가라고 한다면 당선 여부를 떠나 당인의 도리로서 거절할 수 없지 않겠나. 여기까지다.

-여당 내에서 ‘586’ 퇴진론이 나왔다. 동의하는가.

△586세대가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던 것은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계에 다다랐다. 민주화 가치만으로는 국민의 삶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런 시대도 아니다. 다양한 생각과 각 계층의 이해를 반영할 정치세력이 나와야지 민주화라는 하나의 무기만 가지고는 안 된다. 조국 사태는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역설적으로 기여한 게 있다. 586세대는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지만 ‘아, 그게 아니네’ 하는 의문을 국민들이 갖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이 정치를 주도하는 주류 세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국민 삶을 개선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던진 것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변곡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해 10월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정부과천 청사를 나서고 있다./서울경제 DB




-내년 총선은 어떻게 예상하는지.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여당이 총선을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에게 민생이 제일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하지만 선거는 상대적이다. 지금 우리 상대 당의 여러 정책과 전략을 보면 국민 입장에서는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못하기 경쟁이라 하지 않나. 일각에서 야당 복 많다고 하지만 복이라고 즐기다가는 독으로 돌아올 것이다.

-부동산 대책을 평가해달라.

△역대 정부마다 온탕냉탕을 오갔다. 교훈을 얻을 법도 한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 또다시 옛 정책이 반복된다. 근본으로 돌아가서 풀어야 한다. 정부 정책에 의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시기는 지났다. 분양가상한제는 답이 못 된다. 분양가상한제를 하면서도 대출을 규제하면 현금 부자만 싼 가격에 집 살 기회를 주는 격이다. 중산층은 강남의 새 아파트에 청약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급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신도시 만들고 새 주택 짓는 것을 공급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기존 주택의 매물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이게 30만 신도시보다 효과가 있다.

-어떻게 하자는 건가.

△거래세가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대폭 내려야 한다. 물론 보유세는 올릴 필요가 있다. 예컨대 70대 부부라면 60평짜리 아파트 대신 30평대로 줄이고 그 돈으로 사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물량이 쉽게 시장에 나오도록 해줘야 한다.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망인데 정책으로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장을 이기기 어렵다.

-3기 신도시 추진방침에 말들이 많다.

△수도권 신도시는 나중에 굉장히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인구가 줄어가는데 새집을 도심 외곽에 대량으로 짓는 것은 곤란하다. 요즘 세대가 주변으로 나가려 하나. 미국이 대표적이다. 일본 도쿄 집값도 뉴어버니즘(신도심주의)의 영향을 받아 오르고 있다. 미일의 현상은 반드시 우리에게도 나타날 것이다. 서울 외곽에 예술의 전당과 큰 병원을 다 지을 수 있나. 과거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20년 뒤쯤에는 사회적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어떤 게 가장 아쉽다고 생각하는지.

△촛불혁명 때 모든 국민이 외쳤던 공통적인 단어가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는 것이다. 제일 먼저 개헌을 추진했어야 했다. 이른바 적폐청산은 뒤에 했으면 좋았을 텐데 선후가 뒤바뀌고 개헌 동력을 잃어버려 아쉽다. 성장을 포함한 경제문제도 국가 거버넌스를 바꾸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게 돼 있다. 정권만 바뀌면 정책이 죄다 뒤바뀌지 않나.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권욱기자


He is…

1950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아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를 맡아 후학을 가르치다 부총장을 거쳐 2015년 정년퇴직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코스닥 위원장·한국증권연구원장·한국증권학회장 등도 역임했다. 김종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추천으로 비례대표 4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똘똘한 집 한채가 주식투자 보다 유리하다니 ..."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증권거래세를 0.05%포인트 인하했다. 증권거래세가 지난 1978년 재도입된 후 첫번째 인하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손해 보고 팔았는데도 거래금액의 0.3%를 내야 하니 개미투자자 사이에서는 불만이 컸다. 흔히 ‘분통세’라고 부르는 증권거래세 인하는 전적으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로다. 최 의원은 민주당의 자본시장 활성화 특별위원회를 이끌면서 자본시장 과세체계 합리화를 당론으로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증권거래세는 기본적으로 징벌적 과세라는 게 최 의원의 생각이다. “증권거래세를 부활할 때 주식 투자는 부자들의 전유물이니 손해를 보더라도 과세하도록 했습니다. 증권거래 때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는 우루과이라운드로 인한 농업개방의 피해를 부자들이 메우라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이런 세금은 모든 국민이 투자를 하는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그는 20년여 전 한국증권연구원장 시절부터 증권거래세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최 의원은 “거래세 인하는 자본시장 과세 합리화의 첫 단추를 끼우는 데 불과하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증권거래세는 5년 내 완전히 폐지하고 3년 동안 주식과 채권·파생상품 등의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과세하는 ‘손익통산제’를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등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최 의원은 부동산에 부동자금이 쏠리는 것도 부동산과 금융 과세의 형평성이 결여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은 오래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데 금융 세제는 그렇지 않다”며 “똘똘한 집 한 채만 갖고 있으면 주식투자 몇 번 성공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게 돼 있는 과세 체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부동산과 금융 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부동자금 1,200조원 가운데 200조원만 자본시장으로 유인해도 실물경제가 활성화하고 세수도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자신감을 갖고 세제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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