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1명이 감염 기간 평균 1.4~2.5명에게 직접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Ro’로 불리는 재감염 수치가 1명 이상일 때는 대유행의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1명 이하로 떨어뜨리면 소강상태로 접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는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주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토론회’에서 “신종 코로나가 세, 네 수 앞을 보고 일해야 할 정도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최근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교수가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평균 2.6명에게 병을 전파한다고 분석한 것에 비해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다. 영국 랭커스터대는 3.6∼4.0명, 중국 광저우질병예방통제센터는 2.9명이라고 높여 제시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가 이날 토론회에서 인용한 ‘doi.org/10.1016/SO140-6736(20)30185-9’(1월24일)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의 RO는 2.2명(1.4~3.9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2년 말 발생해 2003년 유행한 사스(2~4명)보다는 낮고 2009년 신종플루(1.44~1.66명)나 2012년 말 발생해 2015년 국내에 상륙한 메르스(0.4~0.6명)보다는 높은 것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는 사스와 달리 증상 초기는 물론 잠복기에도 병을 퍼뜨릴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감염되면 2일에서 최대 2주 정도 잠복기를 거치는데 확진자가 지난해 12월2일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5일 오전9시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총 2만4,524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이 중 492명이 숨졌다.
이재갑 교수는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의 사례를 보면 증상 초기부터 전파가 가능하다”며 “1주일간 천천히 증상이 나타나 민감한 분은 증상을 미리 아시고 그렇지 않은 분은 나중에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처음 보고된 ‘무증상 감염 전파’ 우려에 대해서는 “증상 자체가 모호하게 시작해 천천히 진행하는 만큼 말이 엇갈린다”고 명확한 답을 피했다.
이렇게 전파력이 크다 보니 신종 코로나가 오는 4월 말~5월 초 절정에 달해 수십만명이 감염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를 이끄는 가브리엘 렁 교수는 “공중보건 조치가 없으면 감염자 수는 6.2일마다 2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전염병의 ‘글로벌 대유행’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4월 말~5월 초 절정에 달하다가 6~7월쯤 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NIH)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도 2일 뉴욕타임스를 통해 “매우, 매우 전염성이 높다. 거의 확실히 ‘전 세계적 유행병’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구 교수는 이날 “신종 코로나의 전파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유행이 더 빠를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전파가 생길 텐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신종 코로나의 특성이 사스와 비슷하다면 신종 코로나 사태가 6개월 이상 갈 듯하다고 예측했었다. 입·코·눈 외에 소변이나 대변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는 게 그의 경고다. 그는 “사스 바이러스는 소변에서 24시간, 대변에서 2일, 설사에서 4일까지 생존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번 신종 코로나가 박쥐에서 유래된 것처럼 변종 바이러스가 잇따라 박쥐에서 파생하고 있다. 사스는 ‘박쥐-사향고양이-사람’, 메르스는 ‘박쥐-낙타-사람’, 에볼라는 ‘박쥐-침팬지-사람’ 순으로 전염됐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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