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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소리 잃은 음악]청력 잃은 아내에 투영된 '인간' 베토벤

■로빈 월리스 지음, 마티 펴냄





“소리가 하나도 안 들려!”

베토벤의 음악을 평생 연구해온 음악학자이자 미국 베일러대 음악학 교수인 로빈 월리스는 어느 날 아내 바버라의 비명을 듣는다. 20대에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은 바버라는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44세의 나이에 돌연 청력을 잃은 것이다. 월리스는 10여 년 간 바버라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청력을 잃은 베토벤의 말년을 집중적으로 탐구해야겠다는 동기를 얻는다.

월리스 교수의 신간 ‘소리 잃은 음악’은 올해로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다. 베토벤을 다룬 수많은 책과 다른 점은 청력 상실 후 베토벤의 작곡 활동을 낭만화하거나 신화화해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청력을 잃은 아내 바버라가 청력 보조기기인 포켓토커를 쓰는 청력 훈련 과정 등을 통해 뇌의 소리 인식 메커니즘 등을 구체적으로 고찰한다. 또 듣지 못해도 연주를 눈으로 보면서 악기 소리를 분별하는 바버라의 경험을 통해 희미한 청각, 촉각 기억, 시각을 모두 동원하는 음악 지각 능력을 확인한다. 그 과정을 거쳐 저자가 내린 결론은 “베토벤이 청각장애에 대처하며 보인 모습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적응 과정”이며 “그는 별종도 괴물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 인간으로서 베토벤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남긴 방대한 스케치와 자필 악보, 필담 노트 등 다양한 기록을 살펴봤다. 베토벤이 썼던 여러 종류의 피아노와 청취 기계, 작곡 도구를 연구하고 직접 체험해보기도 했다. 이를 통해 베토벤이 어떻게 소리를 듣고 작곡을 할 수 있었는지, 소리를 잃고도 뛰어난 음악을 창작하는 방법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베토벤은 평생 피아노를 만지고 펜과 연필로 종이에 음표를 그려가면서 음악을 만들었다. 귀가 나빠질수록 그는 점점 더 몸에 의지해 피아노라는 악기와 소통했다. 악기와의 접촉을 통해 “소리를 촉각적으로 경험”했고, 진동이 더 잘 전달되는 악기를 찾은 것이다. 베토벤의 작곡 방식은 개선을 거듭했을 뿐 근본적인 변화나 단절은 없었다. 귀먹은 음악가는 ‘늘 하던 방식대로’ 작곡을 했다는 것이 저자가 내린 답이다.

베토벤과 바버라 모두 후천적인 청각장애를 얻었고, 둘 다 조금이라도 소리를 듣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했다. 그것은 장애를 극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인 채 그 경계를 넓혀 가려는 시도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2만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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