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002320)그룹 회장이 한진칼(180640)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반(反)조원태 연합에 대한 2차 반격에 나섰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조 회장 스스로 경영권 견제장치를 만들고 대한항공(003490)과 마찬가지로 호텔·레저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반도건설 등 외부세력과 결탁한 만큼 이번 기회에 대한항공은 물론 그룹 경영복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2면
한진칼은 7일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 및 경영 투명성 강화를 골자로 한 안건을 의결했다. 한진칼은 이날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대표이사가 맡는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변경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 이사회를 통한 경영 감시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 등이 한진칼의 경영 투명성 제고 방안으로 강조한 것으로 사실상 한진칼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오는 3월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안이 확정된다 해도 이사회 의장은 다른 이사에게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진칼은 전날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처럼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도 매각하기로 했다. 아울러 적자를 내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 그랜드하얏트호텔의 사업성을 재검토해 정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두 호텔은 조 전 부사장이 유난히 애착을 가졌던 사업이다.
한진그룹은 그룹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과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핵심역량인 수송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항공운송 사업에서 신형기를 도입하고 항공기 가동률을 높이는 한편 물류사업은 ㈜한진의 택배·국제특송, 물류센터, 컨테이너 하역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한진그룹은 항공우주사업, 항공정비(MRO), 기내식 등 그룹이 가진 전문 사업 영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한항공 정보기술(IT) 부문과 한진정보통신·토파스여행정보 등 그룹사의 정보통신기술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이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에 이어 내놓은 한진그룹 경영쇄신안은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이 핵심이다.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경영권 분쟁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만큼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조 회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과 KCGI 등 외부세력들이 문제 삼은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스스로 경영권 견제장치를 만들었다. 또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호텔·레저 사업 구조조정으로 반(反)조원태 연합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그룹 복귀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7일 조 회장의 경영쇄신안은 지난해 KCGI가 내놓은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 회장이 주주 의견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조원태 체제의 청사진을 제시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잡겠다는 의도다. 조 전 부사장과 조 회장 모두 한진칼의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터라 주총에서 안건을 통과시키려면 최소 7~10%의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조 회장은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 사내이사 혹은 사외이사가 맡게 했다. 이사회 의장직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한편 일종의 견제장치를 만들어 경영 투명성 강화를 강조한 셈이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이사는 ‘3인 이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사외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하되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돼야 한다. 다만 이사회 구성이 최대 몇 명까지 가능하다는 조항은 없다.
이에 따라 조현아 측과 조원태는 자신들의 측근으로 사내이사나 사외이사를 선임해 세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이사 후보를 선임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할 경우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는 조 회장을 비롯한 측근 인사 6명으로 구성돼 있다. 3월 말 조 회장과 이석우 변호사의 3년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조 전 부사장 등은 주주총회에서 2인의 ‘연임’을 막고 자신들이 선임한 이사진 구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연합군의 지분율은 32.06%다. 다른 주주의 지분을 조금만 확보해도 신규 이사 선임이 가능하다. 연합군 측에서 거론되는 이사 후보로는 김남규 KCGI 부대표 등이 있다. 이사 신규 선임은 주주총회의 ‘일반결의’ 사항으로 △전체 주식의 25% 찬성 △주총 참석 주식의 50% 찬성이면 가능하다.
또한 조 회장이 매각을 선언한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는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포석이다. 시설 노후화로 영업이 중단된 파라다이스호텔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공사를 재개하려 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해 방치됐다. 파라다이스호텔 사업은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경우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 회장은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매각에 이어 조 전 부사장이 관여했던 윌셔그랜드센터, 인천 그랜드하얏트호텔의 사업성까지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의 복직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의미인 동시에 지난해 11월 조 회장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정리할 것”이라고 한 구조조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아울러 한진칼은 KCGI의 제안대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이 보유한 자산 중 시너지가 없는 자산을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한진 소유 부동산, 그룹사 소유 사택 등 국내외 부동산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 단순 출자한 지분 등이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한진칼이 투자한 부동산은 3,278억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한진그룹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항공우주사업, 항공정비(MRO), 기내식 등 그룹이 가진 전문사업 영역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항공우주사업과 항공정비 부문은 KCGI가 자회사 분리 이후 상장을 요구해온 사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이사회 산하 위원회 개편 발표 등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며 “이에 맞서 다음주 조 전 부사장 측의 주주제안에서는 파격적인 안건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현아·KCGI·반도건설은 “이사회 결의는 급조한 대책”이라며 “구체성이 결여된 미사여구로는 한진그룹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진칼은 지난해 651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해 전년(618억원)보다 5.3% 늘었다고 이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486억원으로 4.2% 증가한 반면 당기순이익은 321억원으로 15.3% 감소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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