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치면 할리우드 톱 배우 격인 세계 골프계의 ‘빅3’가 할리우드에서 결투를 벌인다.
2019 마스터스 챔피언 타이거 우즈(45·미국)와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 2위 브룩스 켑카(30·미국)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무대는 14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로스앤젤레스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파72)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달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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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와 매킬로이·켑카의 PGA 투어 승수를 모두 더하면 무려 107승이다. 이중 메이저대회 승수만도 23승이다. 이들 셋의 만남은 지난해 8월 2018~2019시즌 마지막에서 두 번째 대회였던 BMW 챔피언십 이후 처음이다. 당시 매킬로이가 공동 19위로 가장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후 매킬로이는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우승과 2019~2020시즌으로 넘어간 11월 HSBC 챔피언스 우승 등으로 지난 10일 세계랭킹 1위를 탈환했다. 4년5개월 만에 1위를 되찾은 매킬로이는 이번주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는 공동 4위를 했다.
우즈는 2019~2020시즌인 지난해 10월 조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PGA 투어 통산 최다승(82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가장 최근 출전 대회인 지난달 말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도 공동 9위로 안정감을 자랑했다. 현재 세계 8위다. 리비에라CC는 우즈가 만 16세이던 1992년에 PGA 투어 데뷔전을 치렀던 곳이다. 1992년을 기념해 이번 대회 연습라운드 입장권 요금은 19.92달러로 매겨졌다. ‘골프황제’가 세계 무대에 첫선을 보인 역사적인 장소지만 우즈는 아직 이곳에서 우승이 없다. 1998년 기록한 2위가 최고 성적이고 지난해는 공동 15위를 했다. 올해가 열두 번째 우승 도전이다. PGA 투어 83승 신기록이 리비에라에서 나온다면 메이저 우승에 버금갈 만큼 특별한 일이 될 것이다.
9개월간 세계 1위를 지키다 2위로 내려간 켑카는 지난해 7월 말 이후 7개월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켑카는 지난해 가을 무릎 부상을 입어 12월 프레지던츠컵(미국-세계연합 대항전)도 빠져야 했지만 이달 초 유럽 투어 사우디 대회에서 회복을 확인했다. 3라운드에 65타를 치는 등 공동 17위에 오르며 새해 첫 PGA 투어 대회 출전 준비를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는 켑카와 매킬로이의 자존심 대결도 주목된다. 지난해 가을 켑카가 한 인터뷰에서 “매킬로이를 라이벌로 생각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대결 구도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워졌다. 앞서 둘은 선수 투표로 뽑는 2019 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다퉜는데 켑카는 메이저 PGA 챔피언십을 우승하고도 그해 메이저 우승이 없는 매킬로이에게 상을 내줬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브랜드와 타이거 우즈 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은 지난해까지 제네시스 오픈으로 열려오다 올해 이름을 바꿨다. 121명 출전 대회(종전 144명)가 되면서 일몰로 잔여 경기를 치르는 번거로움이 사실상 사라졌다. 총상금을 거의 200만달러 늘려 올해 대회 우승상금은 167만4,000달러(약 19억8,300만원)에 이른다. 보통의 대회는 우승자에게 2년 한도의 투어 카드를 주는데 이 대회 우승자는 3년간 시드를 보장받는다. 한국 선수로는 임성재·강성훈·김시우·이경훈·문경준이 출전한다. 김시우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문경준은 2019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대상(MVP) 자격으로 이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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