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인공지능(AI) 인재를 키우는 데도 집중과 선택 전략이 필요합니다. 나눠주기 식 예산 배분으로 AI 인재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은 헛된 꿈에 불과합니다.”
AI 전략 전문가인 한상기(60·사진) 테크프론티어 대표는 최근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디지털 트렌드 인공지능’ 강연 후 서울경제와 만나 “지금은 AI 성과를 따지는 때가 아닌 투자의 시기”라며 “신흥 AI 강국으로 주목받는 캐나다처럼 경쟁력 있는 대학·연구기관에 연구개발(R&D) 예산을 집중해야 뛰어난 AI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KAIST 전산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다음 일본법인장 등을 지낸 AI 전략통이다. 국가 AI 정책자문을 맡고 있는 그가 지적하는 현실적 벽은 한정된 자원과 인력이다. 그는 “가령 대기업인 네이버의 AI 전문인력조차도 미국 구글의 수십분의일에 불과하다”며 “자원·인력이 바닥인 우리로서는 영국의 국가 AI 인재 전략처럼 당장 박사급 수십명이라도 키우는 방향이 더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인재양성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고려대·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5군데를 AI대학원으로 선정하고 올해 7곳을 더 뽑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 곳당 지원 규모가 한해 20억원(첫해 10억원)에 불과하다. 저명한 AI 교수 한 명을 채용하기도 벅차다는 지적이 과학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한 대표는 “한정된 예산만이라도 집중해야 하는데 정책당국은 지역 안배만 신경 쓴다”며 “이러면서 세계적 수준의 AI 인재 육성을 이루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그가 예로 든 세계적 AI 석학 요슈아 벤지오 교수가 있는 몬트리올대 등 캐나다 극소수 대학들은 AI 연구성과로 연 1억달러 정도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다. 그는 “답답한 현실의 타개 여부는 정책당국, 부처의 역량에 달렸다”고 말했다.
인력양성과 함께 AI 발전에 필요한 다른 한 축은 데이터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영세·벤처기업들이 부담을 갖는 데이터 구축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데이터 바우처 사업이 조금씩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한 대표의 평가다. 데이터 바우처를 지원받는 기업은 1,700여군데에 달한다. 그는 “AI 사업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며 “데이터로 새로운 연구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긍정적 방향”이라고 말했다.
구글·아마존 등 선도기업과 너무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차별성뿐이다. 그는 “이미 국내 반도체, 제강·제철 분야에서 제품 수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AI 연구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AI 원천기술도 중요하지만 산업계에서 적용분야를 빨리 찾아 집중하는 것이 자원·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금 가장 유용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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