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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女골프가 강한 이유...이번엔 '동료애'서 답 찾았다

[호주골프協 '박인비 중심 동기·후배간 우정' 주목]

박인비, 호주 대회 우승하자

신지애·유소연 등 동료 6명

샴페인 들고 기다렸다가 축하

20여명 비시즌 봉사모임도

지난 16일 호주여자오픈 마지막 날 박인비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샴페인 한 병씩을 들고 대기 중인 선수들. 왼쪽부터 신지애·최나연·이정은(32)·유소연·이정은(24)·이미향. /출처=유소연 인스타그램




‘한국 여자골프는 왜 강한가.’

세계 골프계에 이 질문이 나오기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선구자 박세리 이후에도 김미현·한희원·박희정 등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이 잇따르자 외신들은 극성에 가까운 부모의 뒷바라지와 억척스러운 훈련량에 주목했다. 젓가락 문화에서 비결을 찾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로이터통신은 한국인들의 손가락 감각이 특출한 데는 쇠젓가락이 보편화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여자 양궁과 골프의 성공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치를 담가 먹는 문화가 뛰어난 손 감각의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후 2018년에는 외국 선수의 입을 통해 국가대표 시스템과 국내 투어의 경쟁력이 조명받았다. 제시카 코르다(미국)는 “한국의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이 미국보다 낫다. 국가 차원에서 어릴 때부터 여러 나라를 돌며 풍부한 대회 경험을 쌓게 해준다”며 “LPGA 투어의 한국 선수 중에는 이미 프로 대회에서 열 번이나 우승하고 온 선수도 있다. 그것은 엄청난 어드밴티지”라고 부러워했다.

올 시즌도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 4개 대회 중 2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초강세를 이어가자 ‘한국 여자골프는 왜 강한가’라는 질문이 또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호주골프협회(GA)는 최근 ‘한국 선수들은 왜 이렇게 잘할까?’라는 제목의 홈페이지 글을 통해 전 세계랭킹 1위 유소연과 재미동포 선수 크리스티나 김의 얘기를 소개했다. 유소연은 오전6시 기상-10㎞ 달리기-샷 연습-라운드-달리기-골프 룰 공부로 이어지던 국가대표 시절을 언급한 뒤 박인비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박인비는 경기 이외의 시간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한국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박인비 주변으로 모이게 된다”는 것이다. 크리스티나 김도 “박인비가 한국 선수들 사이에 확실한 롤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 그랜드슬래머(올림픽 금메달+4개 메이저대회 석권)’ 박인비가 중심이 된 동료애는 최근 한국 여자골프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새로운 원동력으로 조명받고 있다. 지난 16일 끝난 호주여자오픈에서도 경쟁 속 진한 우정을 확인할 만한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 박인비의 LPGA 투어 통산 20승이 확정되는 순간 신지애부터 최나연·유소연·이미향·이정은(32)·이정은(24)까지 무려 6명의 동료가 달려들어 샴페인을 터뜨려준 것이다. 신지애·최나연·이정은(32)은 박인비의 1988년생 동기생이고 유소연·이미향·이정은(24)은 박인비의 성공을 지켜보며 꿈을 키운 후배들이다. 특히 박인비보다 티 타임이 몇 시간이나 빨랐던 최나연과 이정은(32)은 경기 후 숙소로 이동해 옷을 갈아입고 일부러 다시 대회장으로 돌아오는 수고를 자청했다. 최나연 등은 클럽하우스에서 샴페인을 서너 병 사서 기다렸고 막 경기를 끝낸 유소연도 급하게 샴페인을 구한 뒤 축하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이들은 대회 기간 식사와 간식도 여러 차례 함께하며 여행처럼 대회를 즐겼다고 한다. 박인비는 “친구·후배들과 고민 상담이라든지 힘든 부분도 공유하면서 외로운 투어 생활에 서로 큰 위로와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인비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24일 “티 타임이 서로 다르면 인사도 제대로 나누기 힘든 게 골프 대회인데 요즘 LPGA 투어 한국 선수들은 확실히 다르다”며 “비시즌 이벤트 대회 등 서로 친해질 기회가 많아진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매년 참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뒤풀이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진영·박성현·이보미·김아림 등 국내외 투어에서 활약하는 20명 가까운 선수들은 ‘은가비’라는 이름으로 봉사 활동도 벌인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휴식기에 들어간 LPGA 투어는 다음달 19일 애리조나주에서 개막할 볼빅 파운더스컵으로 대회 일정을 재개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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