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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도 불교문화의 계율, 한국어로 전한다

<빠알리어 번역한 율장전서 '비나야삐따까' 국내 첫 출간>

살인·폭력·환경 등 윤리규범 담겨

한자 번역본은 오역 많고 어려워

원고지 3만5,134장·7년간 작업

초등학생도 이해할수있게 제작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사진제공=한국빠알리성전협회




“기존의 불전은 대개 인도 고대어인 빠알리어를 중국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옮긴 만큼 오역이 많고, 심지어는 정반대의 해석도 적지 않습니다. 부처님 당시의 언어를 최대한 그대로 한글로 옮겨오되, 초등학생들도 읽을 수 있도록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초기 불교 연구자인 전재성(사진·67)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이 국내 최초로 빠알리어 원본을 번역한 율장전서 ‘비나야삐따까(총 6권)’ 완역본을 내놨다. 인도 고대어인 빠알리어 비나야삐따까는 부처의 경(經)·율(律)·논(論) 삼장 가운데 윤리적 규범인 ‘율’을 기록한 문헌이다. 원본 분량이 3,000여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데다 빠알리어로 기록된 탓에 그동안 국내에서는 주로 중국어 번역본을 통해 접해 온 책이다. 한국어로 빠알리 율장을 완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영국과 일본에 이어 세번째 완역일 만큼 의미가 큰 작업이었다.

전 회장은 지난 1997년부터 영국 세계빠알리성전협회의 자매단체인 한국지부를 통해 빠알리어로 된 초기 불전들을 여러 권 번역해 내놨다. 대표적으로 빠알리어대장경의 ‘법구경’ 원전을 직역한 ‘법구경-담마파다’를 비롯해 12만개의 표제어를 담은 ‘빠알리어사전’, 가장 오래된 불경 ‘숫타니파타’ 등 수십 종에 달한다. 그는 “비나야삐따까는 초기 불전 가운데 가장 번역하기 어려운 책이었다”며 “그동안 한문으로 된 번역본에서 일어난 문맥의 난해성을 해소하기 위해 원본을 최대한 한국어로 옮겨 적었고, 전문용어는 한역에 의존하지 않고 일상적 용어를 사용해 현대화했다”고 강조했다.



불교 경전이 충고, 조언, 꾸짖음과 같은 가르침을 전하며 정신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 율장은 살인, 폭력 등 법적인 문제를 다룬다. 비나야삐따까는 살인, 청부살인, 폭력, 강간, 성추행, 자위, 몽정, 자살, 안락사, 낙태, 환경파괴, 사기, 폭언, 횡령, 선거 등 당대에 일어났던 각종 사건에 대한 부처의 재판기록과 같은 것으로 오늘날에도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들을 담고 있다. 전 회장은 “율장은 고대 인도 인류의 생활상을 알아볼 수 있는 문화사적인 보고”라며 “음식물 쓰레기 투척부터 살생까지 각종 행위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담은 계율이 상세하게 언급돼 있다. 현대 헌법 체계보다도 선진적인 체계를 담고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기록돼 당시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율장은 특성상 부처님 당시에 수행승들의 가르침에 어긋난 삶이 어떠한 것인가, 계율에 어긋난 삶이 어떠한 것인가, 또한 그 가능성은 어떠한 것일 수 있는가에 이르기까지 촘촘한 그물망적 서술을 보여준다”며 “승단의 내부에도 세속에서도 비난받는 나태, 방종, 탐욕, 사치, 쾌락, 불화를 추구하는 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불교에서 오히려 그것들을 정당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바로 율장”이라고 덧붙였다.

전 회장은 총 6장으로 구성된 원본 비나야삐따까 완역을 위해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꼬박 이 작업에 매달렸다. 2013년 4월 마하박가부터 시작해 2014년 4월 마하박가(율장1권)와 쭐라박가(율장2권), 2015년 6월 빅쿠비방가(율장3권)와 빅쿠니비방가(율장4권)를 옮겨 적고, 2019년 12월까지 빠리바라(율장5권)와 빠띠목카(율장 6권)까지 차례로 완역했다. 원고지 분량만 3만5,134장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에 별도 주석서에는 7,327개의 주석을 달아 이해를 도왔다. 전 회장은 “당시의 생활상, 동물상, 식물상, 가사의 제작과 부처님 가계도 등을 정리해 스님 뿐만 아니라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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