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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칼럼] ‘코로나 이후’ 韓中관계를 다시 생각한다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

對中 무역의존 줄이기 쉽지않고

'거리 두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새 시장 만드는 中 변화 대응 필요

집단지성 발휘할 시스템도 갖춰야

이희옥 성관균대 교수




오래전부터 중국 경제의 최대 균열선(fault line)은 에이즈나 조류독감 등 질병에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사스에 이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를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연기했고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중국 경제 성장전망률을 4.9%로 낮춰 잡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발 위기가 중국 자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면서 세계경제를 수렁에 빠트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25%에 달하고 무기화된 상호의존(weaponized interdependence)에 놓인 한국에 미치는 파장은 보다 직접적이다.

이 과정에서 한중관계와 대중국 정책에 대한 많은 논의가 쏟아져 나왔다. 우선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대중국 헤징(hedging)은 맞다. 보완성보다 경쟁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을 줄일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을 우회해 틈새전략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현실에서 출발해야 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는 중국의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은 5G·빅데이터·양자컴퓨터·인공지능(AI) 등을 결합한 신산업을 찾을 것이고 ‘사회적 거리 두기’ 산업인 원격진료·원격의료·원격사무실을 실험하는 가운데 성장 모멘텀을 스마트도시에서도 찾을 것이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우리 산업이 남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값비싼 신호(cost signaling)’를 갖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 탈출도 전략적 의미가 있다.



또 하나는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중국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국적을 붙이고 적을 만들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드는 현상이 난무하기도 했으며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승-전-중국’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씌워 지지층을 결집하고자 했다. 실제로 중국도 ‘당과 정부의 분리’라는 덩샤오핑의 숙원 대신 고도 집권(集權)과 강력한 당의 통제를 선택하면서 한국과 가치의 거리를 확대했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식도 중국은 우한이라는 대도시를 봉쇄하고, 가가호호 구축한 기층 거버넌스의 감시망을 활용했다. 반면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심환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대구를 봉쇄하지 않으면서도 신천지 같은 사교집단과의 싸움에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한 한국과는 대비됐다. 중국의 거버넌스에는 전문가의 집단지성, 시민참여, 인권, 비판여론이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이다. 당면한 한반도 평화문제에 중국의 역할은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중정상회담의 모멘텀을 찾아 남북관계 교착국면을 타개하고자 하는 전술적 목표를 정했고,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중국 국민을 위해 한국 정부와 민간이 대중국 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다만 국민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역량을 투입하는 과정에 한중관계 발전이라는 섬세한 외교적 장치를 숨겨놓아야 했으나 ‘중국프레임’이 정치화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전술적 목표가 쉽게 노출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향후 한중관계는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낡은 접근법을 고수할 수도 없지만 중국과의 거리 두기도 능사는 아니다. 문제를 중심에 놓고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정책 결정의 시스템을 갖추고 코로나19 이후 등장하는 새로운 산업지도를 미리 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민주주의 역동성을 외교자산으로 축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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