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오면서 중남미 지역의 긴장감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중남미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남성은 기존 정부가 파악한 코로나19 확진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지역사회 감염 우려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멕시코와 브라질·에콰도르·페루 등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중남미에서 확산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칠레에서는 빈부격차에 분노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달 들어 재개됐고 브라질은 오는 15일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실물경기 악화가 남미 정부들에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보건부는 전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하던 64세 남성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기존 아르헨티나 보건부가 밝힌 코로나19 확진자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정부는 이 남성이 사망한 뒤 검체 채취를 통해 감염 사실을 파악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이 남성이 지난달 25일 프랑스 등 유럽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뒤 28일부터 기침과 발열·인후염 등이 나타났고 이달 4일부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당뇨병과 고혈압·만성기관지염 등의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현재까지 접촉자는 부인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추가 접촉자 유무를 파악하고 있다.
중남미 지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 아르헨티나 정부는 물론 이웃 국가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브라질과 에콰도르·칠레·멕시코·페루·코스타리카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시스템사이언스 및 엔지니어링센터(CSSE)에 따르면 국가별 확진자는 브라질이 20명으로 가장 많으며 에콰도르 14명, 아르헨티나 12명, 칠레 8명, 멕시코 7명, 페루 6명 등의 순이다. 이 밖에 코스타리카·도미나카공화국·프랑스령기아나 5명, 프랑스 영토인 생바르텔레미 3명, 파라과이·콜롬비아 1명 등 대부분 중남미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한 상태다.
중남미 각국에서 끊이지 않는 시위도 코로나19 확산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칠레의 경우 지난해 10월 정부의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시작된 시위가 지난달 말부터 다시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브라질에서는 15일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 친정부시위이기는 하지만 반정부시위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집회에 직접 참가해 국민적 단결을 호소할 예정이다. 이날 멕시코와 페루 등에서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수만명이 참여한 시위가 진행됐다.
환자 발병지역과 환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각국은 대응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엘살바도르는 독일과 프랑스 여행객의 입국을 막기로 했다. 엘살바도르는 앞서 한국과 중국·이탈리아·이란 등의 입국자에게도 같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중남미 국가 간 감염 사례도 나오면서 각국은 육로 국경의 검역도 더욱 강화했다. 범미보건기구(PAHO)는 이날 베네수엘라와 아이티·수리남·가이아나 등 의료체계가 부실한 지역에 팀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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