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더해 일본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조치가 시행되면서 여행사들에 이어 국내 중소 규모의 호텔들이 고사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여행객의 발길이 끊긴 상황에서 정부의 일본인 무비자 입국금지까지 더해지자 일부 호텔들은 아예 영업을 축소하거나 임시 휴업에 돌입했다.
10일 호텔예약사이트 트립닷컴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국내 호텔 가운데 상품판매 중단을 요청한 곳은 100곳으로 집계됐다. 주로 외국인 이용비율이 높은 3성급 호텔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상품판매 중단을 요청한 호텔들은 객실과 뷔페나 식음료·수영장 등을 결합한 상품을 판매하는 곳들로 부대시설 영업이 중단되거나 호텔 영업이 아예 중단된 곳들이다.
실제 서울 시내 호텔 중에는 코로나19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임시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는 지난주 4개 호텔 중 가장 가장 큰 규모인 이비스스타일의 영업을 잠정 중단하고 노보텔과 통합운영 중이다. 4성급 호텔로 객실 591개인 이비스스타일은 예약객들을 인근 노보텔에 묵도록 안내하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숙박률이 급감하면서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마련한 조치”라며 “다음달 19일까지 통합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명동의 3성급 호텔인 호텔스카이파크는 지난주부터 명동 4개 지점 가운데 3곳의 영업을 잠정 중단하고 현재 호텔스카이파크 센트럴점만 유일하게 문을 열고 있다. 영업은 계속하되 호텔 투숙객 급감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객들을 한곳으로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호텔 관계자는 “객실 점유율이 25~30% 수준에 불과한데다 일본인 투숙객들의 추가 취소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정오섭 한국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호텔들이 당장은 직원을 축소해서라도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1~2주 내에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여력이 적은 3성급 호텔부터 문을 닫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텔업계의 위기는 여행업계의 불황과 연결돼 있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해외여행객의 국내여행(인바운드) 취소율은 지난달 50%에서 3~6월에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행객 감소가 장기화하면서 여행업체의 휴·폐업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10일 현재까지 한국여행업협회 여행정보센터에 등록된 휴·폐업 업체는 86곳으로 집계됐다. 관광업계 전체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셈이다.
정 사무국장은 “하늘길이 막히고 여행사가 문을 닫으면서 호텔은 고립 상태에 놓였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1~2주 뒤에는 대형호텔 중에서도 첫 임시휴업을 하는 곳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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