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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해진 생계보다 혐오가 더 고통”... 멍드는 中동포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시장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은 것보다 한국인 지인이 저를 피하는 게 더 힘이 듭니다.” (서울 대림동 거주 중국동포 A씨)

10일 서울 내 집단 거주지인 대림동에서 만난 중국 동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생계 어려움보다 ‘중국인 혐오’ 현상이 더 걱정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허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원한 코로나19가 한국까지 휩쓸면서 ‘중국 포비아’ 현상이 커진 가운데 중국 동포들까지 유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중국동포 황모씨(58)는 “평소엔 잘 만나주던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황씨는 고양시에 위치한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해왔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장을 잃었다. 왕모씨도 7개월동안 파출부로 일을 해오다 코로나19로 실직자가 됐다. 그는 “식당에서 밥먹는데 직원이 내 억양을 듣더니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근 영등포구 대림3동 거주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인터넷에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실제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남성은 한국인이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조선족이 검사를 안 받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더 많을 거다’ ‘확진자가 많아야 정상이다. 중국인들이 증상을 숨긴다’는 등의 추측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9 영등포통계연보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에 등록된 외국인 중 50% 가량이 대림동(대림1~3동)에 거주한다. 이중 상당수가 중국 국적이다. 귀한동포연합총회에 따르면 대림동 중국 출신의 한국 국적취득자도 6,000명 가량 된다. 그러나 대림동이 속한 영등포구는 이날 오전 기준 전체 확진자가 6명으로 서울 내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강남구(12명)·송파구(13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 중 중국인 감염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선규 귀한동포연합총회 회장은 “우리가 걸리면 더 욕먹는다는 생각에 자비를 들여 대림동을 방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에 지역 이름을 쓰지 말라는 것도 특정 민족이나 인종에 대한 불합리한 낙인찍기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시민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언론도 인권 감수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진혁·곽윤아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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