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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사, “마리퀴리‘ 절대 포기하자 말자...관객과 유대감 생겨”

뮤지컬 ‘마리퀴리’ 타이틀 롤

코로나19 확산 위기에도... 극장 찾는 관객들의 호평 이어져

“‘마리 퀴리’가 수많은 고난들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위로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 19 여파로 너무 힘든 시기지만 오히려 위로를 받고 가시는 것 같아 뭉클해요.“

뮤지컬 ‘마리퀴리’의 주역배우 리사는 코로나19 여파에도 공연을 보러 와 위로받고 가는 관객들 덕분에 힘이 난다고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리사는 “힘들어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계속 봐주시는 관객분이 계세요. 그분들과 이 공연에 대한 믿음 그리고 유대감이 생긴 것 같다”며 “한 회 한 회가 정말 소중한 공연이다”고 거듭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킹아더’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리사가 ‘라듐’을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하며 저명한 과학자가 되지만 그 유해성을 알게 된 후 고뇌하는 ‘마리 퀴리’로 돌아왔다.





지난달 7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한 뮤지컬 ‘마리 퀴리’는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일대기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 뮤지컬. 김태형 연출과 천세은 작가, 최종윤 작곡가의 손길을 통해 ‘마리 퀴리’라는 한 인간과 그녀가 발견한 ‘라듐’을 둘러싼 이야기, 그리고 ‘라듐’의 산업화로 그 유해성에 무방비로 노출된 직공들을 일컫는 ‘라듐 걸스’에 대한 서사 역시 심도 있게 그려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창작뮤지컬 공모전인 2017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2(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주관 라이브)의 최종 선정작에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성격이 마리 퀴리 같다’는 말도 들었다. 학구적인 데다 호불호가 확실한 점이 리사의 성격과 비슷했다. 초연에 이어 재연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절친 배우 김소향이 리사를 추천하기에 이른다.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과학 소재 뮤지컬이다. 흥행 요소는 많지 않아 보였다. 리사 역시 “처음엔 의구심이 들었지만 주인공 마리 퀴리가 온갖 어려움을 딛고 성공하는 모습에 흥행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마리 퀴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다. 그 결과 학창시절에 좋아하지 않던 과학, 그리고 숫자와도 친해졌다. 김태형 연출한테 과학 강의를 받았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정말 천재 과학자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그냥 대본을 무조건 외워서 연기할 수도 있지만 정말 내가 알고 이해해서 연기하지 않으면 들통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많이 준비 했죠. 무엇보다 가짜로 연기하거나, ‘뭐 같은 척’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 많은 자료를 다 찾아봤죠. 국내에서는 마리 퀴리 관련 책이 절판된 것이 많아 외국 사이트를 찾아들어가고 유튜브에 업로드된 해외 자료들까지 다 찾아봤어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꼽히는 ‘마리 퀴리’는 자신의 대표적 연구 업적인 라듐의 발견으로 인해 초래되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목도하게 된다. 사회적 편견을 딛고 과학자로서 성공하지만, 이를 다시 극복하는 모습에 배우는 물론 관객들이 위로를 받는 지점이다. 인물을 체화해야 하는 배우로서는 절대 쉽지 않았다. 완벽한 ‘마리 퀴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매일 눈물을 흘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으니 말이다. 연습을 시작하고 매일 집에 가서 울면서 못 하겠다고 할 정도였단다. 그럼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작품 속 대사인 ‘선생님은 실패 해도 포기는 안 하잖아요’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 한 마디를 마음에 새기고 이 악물고 준비했기에 지금의 리사 표 ‘마리퀴리’가 탄생할 수 있었다.

리사의 연기 중 극 중 남편 피에르 퀴리가 왜 과학을 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답하는 장면에서 관객들 호응이 높다. 힘들게 극장을 찾아온 관객들과 다시 한번 유대감이 생기는 포인트이다. 리사는 “그 당시 많은 게 제약적이었던 여자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배경을 알게 되니까 관객들이 공감을 더 하시는 것 같았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그 부분에선 좀 더 감정을 실어서 대답하고 있다”는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당시 여성이자 폴란드인으로서 마리 퀴리가 부딪혀야 했던 사회적 편견과 벽들을 뛰어넘는 모습은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세계 각국을 떠돌아다닌 경험이 도움이 됐다. 단지 동양인이기 때문에 겪었던 서러웠던 일들이 많았다.





“마리 퀴리가 살던 당시는 폴란드가 러시아의 지배하에 있을 때라 폴란드인 여자들의 삶이 쉽지 않았을 거에요. 그럼에도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 들어가 연구를 시작하고 결국 여성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잖아요. 저 역시 아버지가 외교관이라 어렸을 때 여러 나라를 떠돌면서 살았어요. 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동양인 외모를 바라보는 달갑지 않은 눈길, 친구 부모님의 이유 없는 무시와 편견에 상처 받은 나머지, 어른이 되면 미국 국적으로 바꾸겠다고 삐뚤어진 마음을 갖기도 했어요. 좀 더 크고 나서는 내가 더 멋있는 사람이 돼서 한국을 더 많이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마리 퀴리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발견한 원소를 폴란드의 이름을 따 ‘폴로늄’이라고 이름 지은 것만 봐도 자신이 태어난 고국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잖아요.”

‘마리 퀴리’ 공연을 마치고 난 뒤, 리사는 오히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보통 공연을 마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는 것과는 달랐다. 한 인물의 고통이 결국 차근 차근 풀어지는 순간은 배우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죽는 순간까지 열정적으로 살았던 마리 퀴리의 모습 때문이다.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극을 이끄는 작품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낸 리사의 꼭 이루고 싶은 꿈은 ‘잔다르크’에 출연하고 싶은 것. 아직 그 누구도 뮤지컬로 만들지 않았기에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간절하게 꿈을 꿔본다. 리사는 “남자보다 더 멋있는 그런 여자인 ‘잔다르크’로 무대에 오르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한편, 뮤지컬 ‘마리 퀴리’는 오는 3월 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마리 퀴리’로는 김소향, 리사, 정인지가 무대에 오른다. 폴란드에서 온 라듐공장 직공으로 동료들의 죽음을 마주한 뒤 그 뒤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려는 ‘안느’ 역에는 김히어라와 이봄소리가 열연한다.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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