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되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6일 임 전 차장의 속행 공판에서 직권남용 혐의 성립 여부와 관련된 쟁점들에 관한 의견 제출을 검찰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진행 중인 사건의 재판 사무에 관한 사법행정권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내용이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행정처 차장과 기획조정실장에게 재판사무에 대한 직무감독권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최근 대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을 기초로 법원행정처 심의관의 보고가 직권남용죄에서 이야기하는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도 밝혀달라”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검찰의 의견을 요구한 쟁점들은 앞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1심이 무죄를 선고한 법리에 해당한다. 검찰은 임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을 지닌 직책인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했지만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행정권자가 일선 재판부의 재판 업무에 관해 직무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직권이 없으므로 남용도 없다’는 논리에 따라 무죄가 선고됐다. 임종헌 전 차장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이 법리를 이번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검찰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는 의사를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임종헌 전 차장은 지난 13일 재판부의 보석 허가로 석방된 뒤 처음으로 이날 재판에 출석했다. 양복 차림으로 마스크를 쓰고 법원에 도착한 그는 “어려운 보석 결정을 내려 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피고인으로서 보석 조건을 철저히 준수하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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