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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바젤월드





1995년 개봉한 영화 ‘007시리즈’의 17번째 작품인 ‘골든아이(Golden eye)’는 소련 붕괴 이후를 다룬 첫 시리즈이다. 게다가 피어스 브로스넌이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첫 작품이어서 유명하다. 브로스넌은 출연이 확정되자마자 원조 제임스 본드였던 숀 코네리와 비교됐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는 제임스 본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호평을 받았다.

‘골든아이’ 이후 ‘007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비상한 관심을 끄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제임스 본드가 차고 나오는 오메가 시계다. 오메가를 비롯해 브레게·론진·티소 등을 거느린 스와치그룹과 까르띠에, IWC, 예거 르쿨트르 등을 둔 리치몬트 그룹 등은 대표적인 스위스 기업이다. 정밀기계가 유독 발달한 스위스에서 시계는 수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위상이 남다르다. 특히 시계라는 특성상 전시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시계보석박람회로 명성이 자자한 ‘바젤월드(Baselworld)’의 역사가 100년을 넘은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바젤월드는 19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위스바젤소비재전(MUBA)’이라는 종합박람회의 시계·주얼리 섹션으로 선보인 것이 시초다. 1931년 ‘스위스 시계전시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독립부스를 마련하면서 시계 제품만 선보이는 단독 전시회로 발돋움했다. 1973년 유럽 전역으로 확장된 ‘유럽 시계보석박람회(EUSM)’를 거쳐 1986년 유럽 외 국가들의 참가가 허용됐다. 2003년에는 ‘바젤월드’라는 새 명칭을 만들면서 명실상부한 국제시계보석박람회로 자리 잡았다. 박람회 전시장의 지속적인 증축 및 확장 공사에 힘입어 2007년 최초로 참관객이 10만명을 돌파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각종 박람회가 속속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가운데 바젤월드도 올해는 열리지 못한다는 소식이다. 당초 4월30일부터 5월5일까지 열기로 했다가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 상황으로 치닫자 아예 내년 1월로 연기한 것이다. 스위스 시계업체들은 지난해 6개월에 걸친 홍콩 시위 등으로 수출이 크게 줄어든데다 바젤월드 행사까지 취소되면서 이래저래 울상이다. 시계업체들도 다시 봄날을 맞을 수 있을까.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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