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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시퍼렇게 질린 증시…'빨간 맛' 아찔한 유혹, 테마주

단기고수익 욕망 자극하는 거짓풍문으로 주가부양

부정거래·시세조종세력 개입해 '폭탄돌리기' 일쑤

개미는 회복불능 손실…건전한 투자환경 만들어야





투자자 A씨는 얼마 전 ‘B 종목과 관련한 대형 호재가 있다’며 매집 중이니 이에 동참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해당 종목은 지난해 실적이 흑자로 전환했다는 공시와 함께 주가가 급등했다. 아쉬운 마음은 잠시였다. 이 종목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급락했고 감사보고서에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의견 거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 C씨가 문자메시지를 통해 받은 D 종목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해당 종목은 이후 주주총회 소집결의 공시를 통해 줄기세포 치료제 기술 등 바이오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고 알렸고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최대주주 변경과 감사의결 거절 등으로 현재 해당 종목은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테마주라고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개인을 끌어들인 기대감이 실적으로 이어지면 테마주는 실적주로 환골탈태한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2차전지주가 대표적이다. 한때 미래 성장성에 기댄 대표적 테마주였지만 미국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실적을 내자 2차전지주는 전기차의 수혜주이자 실적주로 거듭났다. 또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증시에 유인해 혁신자본 공급의 원동력으로 삼고, 증시에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최근과 같은 저금리 환경과 저성장 시대에는 잘만 활용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테마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다수의 테마주는 급등락 과정에서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애매한 거짓 풍문을 활용해 주가 부양에 나서는 부정거래 세력과 고가주문을 내 시세조종에 나서는 일당이 가세한다. 이들은 풍문을 띄우기 전 주식을 매집한 뒤 호재성 허위 과장정보를 인터넷 게시판과 휴대폰 문자메시지, 오픈카톡방, 메신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포한다. 이 같은 풍문은 이미 매수한 사람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실제로 주가가 오르는 모습에 더 많은 사람이 새로 유입된다. 부정거래·시세조종 세력은 이때에 맞춰 주식을 매도한다. 이후 펼쳐지는 하락장에서는 남은 개인 투자자들 간의 폭탄 돌리기 양상이 빚어진다. 여기에 일부 부도덕한 기업에서는 주가가 고점에 이르렀을 때 경영진이 보유주식을 팔아치우는 기망행위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우는 일까지 일어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테마주는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결산 시즌과 총선까지 앞둔 상황이어서 증시가 조금만 회복세를 보이면 침체장에서 가뜩이나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테마주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금융감독당국은 △관련 테마주로 언급되는 종목에 대해 대규모 고가매수행위를 반복하며 시세를 유인하는 행위 △과도한 허수주문, 초단기 시세관여 및 상한가 굳히기 등을 통해 시세조종을 반복하는 행위 △인터넷 증권 게시판 등을 통해 특별한 근거 없이 코로나19와 관련된 풍문을 유포해 주가가 급등할 것처럼 매수를 부추기는 행위 등에 대한 특별단속에 들어갔다.





테마주를 활용한 부정거래 수법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주로 폐쇄적 커뮤니티에서 특정 종목을 주고받던 이들은 이제 문자메시지를 활용해 불특정 다수까지 테마주 투자에 끌어들이고 있다. 금융당국도 여기 발맞춰 실효성 있는 대응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에 나서고 있다. 최근 허위 과장성 매수 추천 스팸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대량 발송하는 사례가 늘자 한국거래소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손잡고 오는 23일부터 시장경보제도에 스팸관여과다종목을 신설하고 스팸 메시지가 많이 발송된 종목을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가 접수된 휴대폰 문자메시지 스팸 1,702만건 가운데 주식 스팸은 150만건으로 전체의 9%에 달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존 불법대출이나 도박 다음으로 주식 관련 스팸이 많을 정도로 지난해부터 양이 급증했다”며 “최근에도 정치 테마주나 코로나19 관련주의 검색량이 꽤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불나방처럼 테마주에 달려드는 투자자를 막기 어렵다. 테마주에 돈을 넣는 투자자의 선택의 근간에는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단기 고수익’에 대한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 가치투자보다는 ‘단타 문화’가 만연한 분위기에서는 수시 모니터링과 관리·감독 강화로는 투자자의 욕망의 방향을 바꿔놓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법은 결국 가치투자가 테마주 투자보다 투자자 자신에게 더 많은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투자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테마주로 투자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장기투자자에 대한 면세 혜택 등의 제도 마련을 통해 가치투자로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증시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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