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 수사마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28일 올해 상반기 열릴 예정이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회의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줄줄이 무기한 연기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과 ‘n번방’ 등의 범행이 이뤄진 텔레그램을 제대로 수사하려면 국제 공조가 필수”라며 “인터폴 회의에서 각국 수사기관과 텔레그램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고 협력하려던 계획이 무산돼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찰청은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과는 이미 협력 체계를 구축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해외 인터넷 메신저인 텔레그램은 사정이 정반대다. 텔레그램은 본사와 서버가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법 집행기관들에 텔레그램 본사 소재지를 문의했으나 한결같이 ‘우리도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특정 국가의 경찰이 텔레그램과 공조했다는 첩보가 있어 알아봤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텔레그램 본사가 독일에 있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독일 경찰은 ‘우리도 소재지를 모르지만, 독일에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근엔 텔레그램 일부 서버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을 수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기도 했다.
경찰청은 인터폴 회의가 코로나19로 인해 줄줄이 취소되자 화상회의라도 열자고 건의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장기적으론 ‘텔레그램에서 이뤄지는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텔레그램이 책임 의식을 갖고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국제 여론을 조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텔레그램의 협조를 끌어내고자 미국 연방수사국(FBI),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등과도 협업 중이다.
/정민수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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