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말 회계평가업무 기준 위반으로 안진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고발한 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교보생명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우를 통해 공인회계사법 제15조, 제22조 등의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9일 밝혔다.
교보생명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업 가치평가와 달리 법원에 의해 강제성이 부여될 수 있는 옵션 행사가격에 대한 평가는 행사일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면서 “그러나 안진회계법인은 이러한 기본 원칙을 위배하고 평가기준일을 임의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10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 지연으로 풋옵션(지분을 되팔 권리) 행사에 나서면서 딜로이트 안진에 공정가치(FMV) 산출을 의뢰했다. 당시 안진은 2017년 6월30일부터 직전 1년을 기준으로 행사가를 주당 40만9,912원으로 산정했다. 비교 대상은 삼성생명·한화생명·오렌지라이프였는데 당시는 생보사 주가가 최고조여서 삼성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 한화생명은 0.6이었다. 그러나 2018년 하반기 보험주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PBR은 0.5, 0.2로 떨어졌다. 이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FI 측이 제시한 가격이 터무니없다며 풋옵션 절차에 응하지 않았다.
교보생명은 풋옵션 행사시점이 2018년 10월23일이므로 직전 1년 피어그룹 주가를 공정가치 산출의 참고 지표로 사용하는 게 맞지만 안진이 행사가격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평가기준일을 앞당겼을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FI 등은 풋옵션 행사일 직전까지 교보생명의 순자산을 확인할 수 있는 사업보고서가 2018년 8월14일에 공개된 반기보고서가 최신이었으므로 그해 6월 말을 기점으로 피어그룹 주가를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3분기 보고서는 풋옵션 행사시점 이후인 11월, 연간 재무제표는 이듬해 3월에 공개됐다.
법무법인 지우는 고발장을 통해 “안진회계법인이 산정한 FMV는 의뢰인이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도록 가담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산정할 수 없는 금액”이라며 “공인회계사법 위반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딜로이트 안진은 “FI와의 용역계약에 따라 전문가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주식가치 산정업무를 수행했으며 이번 고발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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