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A 씨는 목표 기업 중 하나였던 모 종합상사 최종면접까지 갔지만 결국 탈락했다. 면접장에서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자기소개서’. 그해 여름 취득한 일본어능력시험(JLPT) 자격증을 어필하기 위해 ‘어학 능력을 살려 대일 무역에 힘을 쏟고 싶다’고 작성했지만 당시 그 상사는 일본과의 거래 비중을 줄이고 있던 터였다. ‘복붙(복사+붙여넣기) 자소서’의 폐해다.
#취업준비생 B 씨는 서류 전형을 준비할 때마다 밀려오는 짜증을 감당하기 어렵다. 상반기·하반기 공채 시즌은 정해져 있고 기업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공고를 띄우다 보니 그때마다 새로운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를 한 두 장 작성하는 것도 아닌데 비슷한 질문도 새롭게 쓰려 보니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취업의 ‘계륵’ 같은 존재다. 서류전형 때 제출하는 게 일반적이고 취업준비생이 지원하는 기업이 10곳에 미치지 않을 리 없으므로 대강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들이 중요하게 보는 게 자기소개서라 대강 썼다가는 큰 코 다치기 쉽다.
많은 기업에서 자기소개서로 제시하는 문항은 사실 표현만 다를 뿐 비슷한 점이 많다. 이를 항목별로 구분해 기업에 따라 다르게 쓸 부분은 다르게 작성하고 겹치는 부분은 틀을 잡아 작은 수정만 하면 경제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취업 정보 사이트 진학사 캐치(CATCH)의 도움을 받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시기 ‘집콕 취준법’으로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소개한다.
◇자기소개서, 어떻게 써야 하나=회사는 근로자가 문제를 해결하면 돈을 준다. 따라서 자소서의 전체적인 스토리도 회사와 본인에 대한 문제해결의 과정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지원자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해왔던 경험을 보여줘 향후 회사에서도 본인과 회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지원동기와 성장배경에서 목표를 제시하고, 성장과정과 장·단점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준비·고난· 극복의 경험을 담고 입사 후 포부에는 앞으로의 계획을 보여주는 흐름을 추천한다. 자기소개서의 모든 항목들은 하나의 목표와 연결되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것은 같게’ 장점을 찾아 에피소드로 묶는다=면접관들은 최종 면접까지 올라온 지원자라면 실력은 비등비등하다고 말한다. 그러면 최종 선발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 회사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다. 이와 같은 회사의 문화는 인재상에 잘 나타나 있고 역량을 추리면 15개 내외로 정리할 수 있다. 자기의 강점과 연결 지을 만한 부분이 있는 역량을 선택해 자기만의 단어로 재정의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친화력이 강점인 사람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친화력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립해보는 것이다.
이 역량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에피소드가 필요하다. 경험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떤 문제와 이슈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태도로 자신이 상황에 접근했는지 보여주고 그 결과는 어땠는지 이때 느낀 점과 배운 점을 작성한다. 마지막으로는 해당 장점이 잘 표현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이런 방법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경험과 엮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작성해 놓으면 추후 다른 기업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 미리 작성해 놓으면 좋은 부분은 ‘성장과정’이다. 자기소개서에서 성장과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성장과정을 통해 지원자의 ‘가치관’을 보고 △가치관으로부터 생겨난 ‘역량’을 보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이 두 개 이상의 인생을 살았을 리 없으므로 대강의 성장과정을 작성한 뒤 기업의 인재상에 따라서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생략할 부분은 생략하면 시간절약에 도움이 된다.
◇‘다른 것은 다르게’ 지원동기·포부 작성법=지원 동기는 반드시 기업별로 다르게 써야 한다. 회사에서는 지원자가 이 회사를 아는지, 더 나아가 지원하는 직무·산업군을 이해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하여 지원 동기를 묻는다. 따라서 자기소개서 작성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해야 할 부분이다.
미리 기업을 분석해 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회사의 객관적인 강점에 본인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작성하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성공경험과 전문성을 쌓기 위해 했던 관련 교육, 자격증 등을 적는 것이다.
포부는 지원 동기와 연결돼야 한다. 1년·3년·10년 후의 정확한 모습을 그려내야 하기 때문에 지원 동기와 아예 다른 내용이 들어갈 수 없다. 이 부분에서는 지원하는 직무에 대한 공부를 선행해야 한다. 그 밖에도 해당 기업의 상황이 어떤지, 집중하는 분야는 어디인지 파악한 후 거기에 대한 본인의 솔루션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김준석 진학사 캐치본부장은 “자기소개서의 본질은 지원하는 기업에 내가 회사와 직무에 적합한 인재라고 설득하는 광고”라며 “채용 담당자가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고 자기자신이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라는 점을 잘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도움말=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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