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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뉴턴의 아틀리에]마그리트 그림에서 양자역학을 읽다

■김상욱·유지원 지음, 민음사 펴냄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1923년 11월 파리에서 첫 번째 ‘초현실주의 회화’ 전시가 열렸다. 양자역학의 탄생에 기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루이 드브로이 공작은 이 시기 파리에 살았다.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가 첫 개인전을 연 것이 1927년 브뤼셀이었고,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모여 양자역학의 해석을 놓고 논쟁을 벌인 것 또한 같은 해 브뤼셀이었다.

프로이트 심리학의 영향을 받아 주로 인간의 꿈과 무의식을 주제로 한 마그리트의 그림 앞에서 별안간 양자역학을 떠올린 이는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다. 이유는 이렇다. 양자역학에는 공존할 수 없는 두 상태가 공존하는 ‘중첩’이라는 것이 있는데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에는 한 장면에 낮과 밤이 공존하고, ‘표절’에는 실내의 꽃병에 건물 밖 나무가 존재하는 식의 불가능한 공존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또한 마그리트의 그림에 등장하는 기둥 모양의 난간은 ‘관측자’를 나타낸다 하고 어떤 그림에는 난간에 아예 눈이 달려 있는 것은 양자역학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관측’을 떠올리게 했다.





김 교수와 그래픽디자이너 겸 타이포그래피 연구자인 유지원 홍익대 교수가 함께 쓴 신간 ‘뉴턴의 아틀리에’는 이처럼 과학과 예술의 절묘한 교차점을 파고들었다. 두 저자가 관계,현상,공동체,물질,창작 등의 주제를 놓고 미술관을 찾는 과학자와 물리학회에 참석하는 디자이너의 융합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미술은 물리다”라고 말하는 김 교수는 미술 작품은 시각으로 인지된다는 대전제 아래 “물리는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았을’ 때 시작됐고,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생각했을 때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술은 물질의 예술이며 공간의 예술이라는 점도 물리와의 공통점이다.

유 교수가 시각문화를 과학과 접목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살결, 머릿결, 숨결처럼 생명현상이 반복적 패턴을 이룬 ‘겹’과 그 생명의 자국으로 남은 ‘결’의 연관성은 종이의 ‘결’과 이를 뜻하는 독일어 라우프리히퉁(Lauf richtung)의 ‘달려가는 올바른 방향’과 순리(順理)에 이른다. 이(理)를 일으키려면 에너지인 기(氣)가 필요하고 이들은 질서(順)를 만들어가니 저자의 사고 확장은 에너지 보존법칙과 열역학 제2법칙에까지 다다른다. 저자는 유머 감각도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도 여유를 갖고 주위를 넓게 둘러보며 균형을 잡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분야 간 소통,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려 한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1만9,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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