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공습에 완전히 멈췄던 유럽축구의 시계가 서서히 다시 돌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 인기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오는 6월9일(이하 한국시간) 재개를 목표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유럽리그 관중 동원 1위의 독일 분데스리가는 이르면 약 열흘 뒤 리그를 다시 시작한다.
28일 BBC 보도에 따르면 EPL 사무국은 ‘리스타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리그를 재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한다. 손흥민 소속팀인 토트넘을 비롯해 아스널·브라이턴·웨스트햄 등이 이날 훈련장을 열어 선수들의 개인훈련을 허용했다. 추후 소그룹 훈련, 전체 팀 훈련으로 훈련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무관중을 원칙으로 한 EPL의 목표 재개일은 6월9일이다. 그래야 챔피언스리그 등 유럽축구연맹(UEFA) 대항전에 맞춰 7월 말에 시즌을 마칠 수 있다. 시즌 종료까지 팀당 9~10경기를 남긴 가운데 리버풀이 2위와 승점 25점 차의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어 예정대로 리그가 재개되면 리버풀이 30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들 확률이 높다. EPL 전체 20개 팀이 5월2일에 만나 리그 재개일을 논의할 계획인 가운데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부 장관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리그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EPL 구단들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데스리가는 유럽 빅리그 중 가장 먼저 시즌 정상화를 선언하려 한다. 일찌감치 재개 예정일을 5월9일로 잡은 가운데 정부 승인만 남기고 있다. 5월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부 회의 결과에 따라 리그 재개일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무관중 재개를 계획하는 분데스리가는 경기 후 기자회견과 경기 전 선수단 간 악수를 금지하는 한편 경기장에 관계자 등 300명 이하의 인원만 입장하도록 통제할 예정이다. 이에 묀헨글라드바흐 구단의 서포터스는 팬 사진을 붙인 실물 크기 판자 8,000개 이상을 관중석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기당 관중 4만3,000명을 자랑하는 분데스리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독일팬들의 못 말리는 열정이다.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더라도 서포터스가 구장 바로 밖에 운집해 응원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달여 전 리그가 중단되기 직전에 무관중으로 진행된 경기에서도 묀헨글라드바흐 서포터 수백 명이 경기장 밖에 모여 열띤 응원을 벌였다. 5월 리그 재개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전문가의 우려와 일부 선수의 불만도 만만치 않지만 분데스리가는 5억달러(약 6,100억원)의 TV 중계권료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시즌을 제대로 마치고 싶어한다는 분석이 많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5월 말이나 6월 초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현지매체 풋볼이탈리아에 따르면 조국 포르투갈에 머물던 리그 간판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도 29일 이탈리아로 돌아간다. 호날두는 2주간 자가격리를 거친 뒤 유벤투스 훈련장을 찾을 예정이다. 세리에A는 5월4일부터 팀별 훈련장에서의 개인훈련을 허용했다. 시즌이 취소될 경우 10억유로(약 1조3,2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하비에르 테바스 회장이 5월29일과 6월7일, 6월29일을 리그 재개일 후보로 점찍어 둔 상태다. 다만 정부는 여름 전 재개는 무리일 수 있다는 입장이라 조율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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