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위중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를 보도했던 미국 CNN방송이 이번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될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다.
CNN은 3일(현지시간) ‘김여정의 정치적 부상이 북한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에 대해 말해주는 것과 말해주지 않는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서 권력의 실질적 2인자가 된 김 제1부부장에 대해 상세히 다뤘다.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3주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서면서 그의 신변 이상설은 오보가 됐지만 CNN은 “김 위원장의 불가사의한 부재는 북한의 미래 계획에 관한 중요한 질문들을 떠오르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만이고 담배를 자주 피우며 술도 많이 마시는”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의 후계 구도를 파고들었다.
CNN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자녀들이 그를 승계하기 전에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김 제1부부장이 가장 유력한 후계자라고 보고 있다”며 “이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의 핵심에 여성이 놓이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다시 공개석상에 등장한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에서도 김 위원장의 오른편에 자리해 ‘사실상 2인자’로서의 위상이 확인됐다.
CNN은 북한 사회의 엄격한 가부장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런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에서 여성은 순종을 강요당하며 다른 모든 일보다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탈북자들 역시 북한 사회에서 여성 혐오, 성차별과 성폭력이 만연해있다고 지적한다. 2015년 탈북해 현재 남한에 거주하는 강나라 씨는 “북한에서 여성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며 “남성이 돈줄을 쥐고 있고 모든 사회적 지위는 남성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이 ‘백두혈통’이라는 점, 그가 김 위원장과 스위스에서 유학 생활을 함께해 그와 공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 제1부부장이 여성 통치자가 되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CNN은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은 “북한의 정치·문화상 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 외에는 김일성의 합법적 후손은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북한인권단체 링크(LiNK) 박석길 한국지부장 역시 “성별이 극복할 수 없는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며 “북한의 가부장적 체계에서 성별이 먼저 고려되긴 하겠지만, 백두 혈통은 이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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