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20살이 된 여동생에게 선물해요”
애플의 보급형폰 ‘아이폰SE’가 국내 공식 출시된 6일 오전, 서울 강남 신사동 애플 가로수길 매장에서 신제품을 구매한 최민혁(22)씨의 눈빛에는 설렘이 녹아있었다. 다른 고객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현장에선 예전처럼 긴 대기 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개장 1시간 전 대기 인원은 3명뿐이었다. 지난해 10월 아이폰11 시리즈 발매 출시 당시 대기줄이 100m 가까이 늘어났던 것과 대조됐다.
밤샘 줄서기가 사라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애플이 구매 절차를 바꿨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줄을 서려고 하자 애플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으로 미리 구매한 ‘픽업’ 고객만 줄을 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관계자는 구매를 원하는 제품과 방문 시간을 물어 현장에서 예약을 진행했다. 애플은 미리 정해진 시간에 고객이 방문할 수 있도록 도와 줄을 최소화한 것이다.
애플은 줄을 서는 절차도 까다롭게 했다. 체온을 측정 한 뒤 발열 증상이 없고, 마스크를 쓴 고객만 ‘거리두기’를 준수해서 줄을 서도록 안내했다. 바닥에는 2m의 간격을 알리는 파란색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날 가장 먼저 아이폰 SE를 구입한 최준서, 한승민(17)군은 당일 오전 8시 30분에 매장을 찾아서 예약했다. 최군은 “쿠팡이나 이동통신사를 통한 사전예약도 있었지만 매장에서 직접 사는 것은 특별하기 때문에 왔다”며 구매 이유를 밝혔다. 친구 최군과 함께 대기한 한군은 “아이폰SE 화이트 모델을 직접 사기 위해 제주도에서 전날 올라왔다”며 “물건을 받자마자 학교 강의를 들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홈버튼과 베젤 등 아이폰8 시리즈 이후 변한 디자인 때문에 매장을 찾은 고객도 많았다. 두 번째로 구매한 이창현(22)씨는 “최근 발매한 아이폰은 노치 디자인이 이상해 구매하지 않았다”며 “아이폰 SE는 그렇지 않다”고 구매 이유를 말했다. 다섯 번째로 구매한 김재헌(20)씨는 “홈버튼이 있는 마지막 아이폰이기 때문에 산다”며 “어차피 스마트폰을 적당히 이용하기 때문에 배터리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애플 관계자는 “사전 예약으로 구매한 고객도 많아서 줄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쿠팡에서는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난 29일 이후 3차까지 진행한 바 있다.
/김성태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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