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악 플랫폼 ‘지니뮤직(043610)’에 새롭게 가입한 이모(35)씨는 이전에 사용하던 음악 플랫폼의 플레이리스트 화면을 캡처해 손쉽게 지니뮤직으로 옮겼다. 100여곡에 달하는 음악들을 하나 하나 검색해 등록하는 과정 없이 짧은 시간 안에 이전에 듣던 플레이리스트를 그대로 생성한 것이다.
#직장인 박모(38)씨는 새로운 명함을 받을 때마다 리멤버 앱을 켜고 사진 촬영을 한다. 명함 속 전화번호와 이름, 직책을 일일이 주소록에 입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명함에 있는 정보들이 모두 앱으로 옮겨간다.
지니뮤직과 리멤버 서비스 뒤엔 OCR(광학문자인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OCR은 인공지능(AI) 컴퓨터 비전 기술의 일종으로 이미지 속에서 문자를 자동으로 인식해 추출해준다. OCR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정확도가 함께 높아지자 다양한 기업들이 사업에 OCR을 접목하고 있다.
음악 플랫폼 업계에선 새로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OCR을 활용 중이다. 지니뮤직과 플로, 바이브 등은 OCR을 이용한 플레이리스트 생성 기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다른 플랫폼에 형성돼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새로운 플랫폼에서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 귀찮아하는 고객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전 플랫폼 플레이리스트 화면을 캡처만 하면 OCR이 알아서 문자를 인지해 바뀐 플랫폼에도 똑같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준다. 플로의 경우 지난해 8월 처음 기능을 도입한 이후 두 달만에 490만곡을 플로로 이동시키고 16만개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명함 관리 앱 리멤버는 이용자가 명함 촬영을 하면 그 안에 적혀 있는 모든 글자 정보를 추출해 명함을 등록한다. 리멤버 관계자는 “리멤버만의 ‘듀오’라는 시스템으로 빠르게 명함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라며 “이미 2억장 넘는 명함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듀오는 OCR에 리멤버 자체 기술을 결합시킨 시스템이다. OCR이 인식한 명함 문자 내용이 리멤버 데이터베이스(DB) 내 존재하는지 비교 후 정보를 자동 입력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에서도 OCR 기술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빅스비 비전’을 실행시켜 카메라를 메뉴판 등에 갖다 대면 외국어 문자를 추출한 뒤 자동으로 번역해준다. 구글 역시 지난해 OCR을 ‘구글 포토’에 도입해 빅스비 비전과 같은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구글 렌즈 앱을 켠 뒤 눈 앞에 있는 문서를 비추자 한글이 영어로 변환돼 화면에 표시됐다.
OCR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도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OCT 솔루션 시장은 오는 2025년까지 133억 8,000만 달러(약 16조 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의 경우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OCR 파트너사 14곳을 최근 선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네이버의 ‘클로바 OCR’은 ICDAR 로버스트 리딩 컴피티션에서 지난해 4개 분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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