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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 文대통령 모욕하는 北, '軍질책설'... 그리고 날아간 6·15 공동행사

연일 비방 수위 높이는 北... 이제 文대통령도 모욕

기민하게 반응한 청와대, 軍질책설에 韓언론 비판

6·15 공동행사 결국 무산... 점점 꼬이는 남북관계

김정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고 손을 내민 가운데 북한 매체들이 지난 8일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남측을 비난하고 있다. 비난 수위가 높아지다 보니 최근에는 ‘청와대가 훈련 사실을 알려 북한을 자극한 우리 군을 질타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북한의 비방에 대한 반응을 두고 남측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사이 정부가 그간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던 6·15 남북 공동행사는 사실상 무산됐다. 정권 초만 해도 접점을 찾는 듯했던 남북관계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꼬이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비방 수위 높이는 北... 이제 文대통령도 모욕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5일 ‘광대놀음으로 차례질 것은’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통일연구원의 백서 발간에 대해 “공화국에 대한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며 동족간에 불신과 반목을 야기시키고 북남관계를 파국에로 몰아가는 대결망동”이라고 비난했다.

이 매체는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내며 주제넘게 남에게 삿대질하기 전에 5·18 희생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가슴에 박힌 원한의 대못도 뽑아주지 못하는 무맥하고 가련한 제 처지와 집안의 한심한 인권실상이나 돌아보고 수치를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을 지칭하는 ‘남조선집권자’까지 거론하며 “앞에서는 협력을 운운하며 노죽을 부리고 뒤에서는 아랫것들을 시켜 탈북자 쓰레기들이 싸지른 배설물들을 모아 도발책자나 만들게 하니 과연 제정신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힐난했다. 통일연구원이 지난 11일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0’에 대한 반응이었다.

북한이 남측을 비방한 것은 이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복귀한 직후인 지난 8일부터 각종 선전매체를 동원해 우리 정부와 한국군을 매일 비방하고 있다. 그 수위는 점점 높아져 이제 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반해 이달 3일 한국군 감시초소(GP) 총격이나 문 대통령의 협력 제안에는 일절 반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 12일 ‘민심기만용 생색내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시기 남조선 당국은 친미사대와 동족대결 책동을 일삼으며 정세를 악화시켜놓고도 이제 와서 뻔뻔스럽게 저들이 북남관계에서 무엇인가 해놓을 듯이 수선을 떨며 민심과 여론의 이목을 잡아끌려고 하고 있다”고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 10일 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을 겨냥한 듯한 글이었다.

같은 날 또다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으로 많은 나라가 재앙을 당하고 있는데 남한이 감행한 훈련들은 북남 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조선의 오늘’은 “남조선 군부 호전 세력들의 동족 대결 책동으로 하여 초래될 것은 북남관계 파국과 전쟁 위기의 고조뿐”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예상보다 기민히 반응... 軍 질책설에 韓언론 비판

북한이 우리나라를 적극 비방하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 6일 전북 군산의 서해에서 펼쳐진 공군과 해군의 합동훈련으로 추정된다. 국방일보는 이 사실을 7일 보도했고 북한은 다음 날인 8일부터 듣기 민망한 비방을 쏟기 시작했다.



노동신문은 8일 북한 인민무력성 대변인 이름으로 담화를 내고 6일 훈련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게 하는 군사 대결의 극치” ““적은 역시 적”이라고 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9일 신형 호위함 ‘동해함’ 진수식, 지상·공중비상대기항공차단 훈련 등을 두고 “북침 전쟁 소동” “대결 망동”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반응이 나온 직후 청와대 안보실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육해공군의 고위 당국자를 불러 정책홍보점검회의를 열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해당 회의는 정책홍보점검회의로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과 국방부 대변인, 각 군의 공보실장 등이 참석했으며 정례회의는 아니었다.

이후 해당 회의에서 ‘군에 대한 질책이 있었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가 잇따랐고 청와대와 군 사이에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5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에서 회의를 한 것은 맞지만 질책한 사실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오보보다도 나쁜 과장 보도”라고 언론을 비판했다.

청와대의 부정으로 갈등설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소동은 북한의 비방이 결국 우리 정부와 군 핵심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가 군사 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예상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처럼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6월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공들였지만, 좌초된 6·15 남북공동행사

이런 가운데 정부가 그간 적극 추진하려 했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공동행사는 사실상 좌초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데다 북한이 민간 차원의 요청에도 반응하지 않고 있어 포기한 모양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6·15 선언 20주년을 맞이해 북측에 공동행사를 공식 제안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민간단체에서) 연초에 북쪽에 (공동행사를) 제의했는데 아직 아무런 답변도 없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공동행사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필요성은 인식하나 현 코로나19 상황에서 대규모 행사도 이것도 기본적으로 접촉이기 때문에 어렵다”며 “공동행사 취지에 맞는 ‘자체행사’를 기획 중이고 성안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됐다. 선언문에는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킨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남북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1~2008년 공동 행사를 개최했지만 2009년부터는 이 행사를 더 이상 열지 않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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