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비서관을 지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인 18일 당시의 발포명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적 책임을 묻는 말에는 “할 얘기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고 입을 닫았다.
민 전 비서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씨가 5·18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매년 사죄하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해 사죄하라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양민에게 무차별 발포 명령을 했다는 데 대해 사죄를 요구한다면 사실이 아닌데 어떻게 사죄하란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 전 비서관은 당시 발포 상황을 설명하면서 ‘무차별 발포’는 상부 지시 없이 계엄군의 자발적 행위로 이뤄진 사건이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는 “경찰과 계엄군이 시위진압에 지쳐 쉬고 있다가 시위대 버스와 장갑차에 깔려 죽었다”며 “동료들이 눈앞에서 죽어 나가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는가. 지휘관이 사전에 발포를 명령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5·18 작전 책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희성 당시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을 지목했다. 이 사령관이 계엄군의 광주 출동과 현장 작전 지휘에 전권을 가졌고, 전씨는 당시 보안사령관이었기 때문에 그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민 전 비서관은 “5·18 작전 문제에 관해서는 이희성 당시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상세히 언급했다”며 “5·18 문제 전반에 관해서 전 전 대통령이 해야 할 얘기와 하고 싶은 얘기는 회고록에 자세히 기술했다”고 말했다.
전날인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MBC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발포에 대한 법적인 최종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한 그런 어떤 공작의 실상들까지 다 규명돼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선 “할 말이 더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광주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 앞)에서는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해 “발포 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과 은폐·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 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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