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스닥 등 미국 증시의 반등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 전문가를 중심으로 증시 바닥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잇따르는 백신 관련 소식이 증시에 모멘텀으로 작용해 미 증시가 강세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이 가능해지기까지 넘어야 산이 많고 미중 무역갈등의 골도 깊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반론 또한 만만찮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11.95포인트(3.85%) 급등한 2만4,597.3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0.21포인트(3.15%) 뛴 2,953.9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20.27포인트(2.44%) 상승한 9,234.83에 마감했다. 지수 급등으로 다우지수는 지난 4월8일 이후, S&P는 3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미 증시 급등세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경제지원 발언에 백신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진 결과다. 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는 이날 성인남녀 4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1차 임상시험 결과 참가자 전원에서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고 이에 백신 소식을 목놓아 기다리던 투자자들이 강력한 매수주문으로 화답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르면 올가을 코로나19 백신이 제한적 물량으로라도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매트 미스킨 존핸콕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투자전략 공동대표는 블룸버그통신에 “파월 의장의 탄약이 충분하다는 발언에 긍정적인 백신 시험 결과가 나오면서 주가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미 증시가 미국 역사상 가장 긴 강세장의 시작을 알렸던 지난 2009년과 비슷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미 주식 전략대표는 고객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현재 증시는 미국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고 역사상 가장 긴 강세장 행진의 시작을 알렸던 2009년 3월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2009년 3월과 비슷한 패턴으로 반등하고 동시에 2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돌며 거래되는 개별 주식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증시회복 시작 시점에 시장을 이끄는 소형주와 같은 경기민감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스마트 베어링인베스트먼트인스티튜트 대표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장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 해도 다음 분기는 이번 분기보다 나을 것이며 내년은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며 바닥론을 지지했다.
다만 최근의 미 증시 반등이 지나치다는 비관론도 여전히 팽배하다. CNBC에 따르면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에서 느리게 회복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앞으로 몇 달간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의 부도와 파산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크고 경기회복은 잘해야 ‘U자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높은 불확실성을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 도로시의 처지에 빗대 “도로시는 자신의 집과 함께 토네이도에 빨려 들어가 빙빙 돌 때 어디에 내릴지 몰랐다”며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이 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발 침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전 세계가 동시에 침체에 빠진 첫 사례”라며 “지난해 수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회복하는 데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규기자 뉴욕=김영필특파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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