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나 산업화·민주화를 모두 겪은 1950~1960년대생을 지칭한다. 일에서 행복을 얻은 세대로 정년퇴직에 접어든 이들은 일자리 상실을 곧 인생의 상실로 느꼈다. 그들이 행복을 찾은 계기는 기존의 인식과 타인과의 비교에서 벗어나는 ‘내려놓기’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 및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질적 종단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8일 밝혔다. 베이비붐 세대인 1955~1963년생 42명을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만나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학창시절과 사회초년생 때까지 산업화 시기를 겪었고 1987년 6월항쟁,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지나온 세대다. 산업화 시기의 고도성장과 함께해 ‘직장이 곧 자신’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최근 정년퇴직 기간을 맞아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보고서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베이비붐 세대가 공통적으로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기존의 인식, 타인과의 비교에서 벗어나는 ‘내려놓기(전환)’를 경험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에서 임원을 지내고 퇴직한 A(62)씨는 공사현장 쇠파이프 운반, 대형마트 상하차 요원을 거쳐 공공기관 시설보안직으로 취직했다. 그는 “정년퇴임 이후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왕따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회사라는 온실을 잊고 근로자의 가치를 신성하게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다 퇴직한 B(62)씨도 “진짜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잘못 살았다는 느낌과 갑자기 밀려오는 허탈감·우울감에 힘든 시기를 겪었다”며 “하지만 90% 이상을 차지하던 이 비중을 50%로 낮추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한다”고 전했다.
베이비부머가 행복을 느끼는 주된 요인은 주체적인 삶의 목표 설정, 본인을 위한 삶의 지향, 존재감 회복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은석 연구위원은 “퇴직을 전후로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인식 전환과 깨달음 등 각자의 방식으로 인정욕구를 충족시킨다면 그만큼 생산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며 “행복한 노후와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고용·교육·복지의 긴밀한 연계하에 ‘손상된 존재감 회복’을 북돋는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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