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을 ‘철학이 없는 의전 대통령’으로 비하한 것에 대해 청와대 전·현직 참모진들이 반격했다. 시인 출신의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시(詩)를 통해 진 전 교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는데, 진 전 교수는 다시 답시로 응수에 나섰다.
신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형도 시인의 ‘빈 집’을 변형한 ‘빈 꽃밭’이라는 제목의 시를 올려 “꽃(진보적 가치)을 피워야 할 당신(진중권)이 꽃을 꺾고 나는 운다, 헛된 공부여 잘 가거라”라고 밝혔다. 또 “어느 날 아이가 꽃을 꺾자 일군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며 “아이는 더 많은 꽃을 꺾었고 급기야 자기 마음속 꽃을 꺾어버리고 말았다”고 남겼다.
‘대통령의 필사’로 불리는 신 비서관이 문 대통령을 향해 “자기 의견이 없는 의전 대통령 같다”고 발언한 진 전 교수를 ‘철없는 아이’로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진 전 교수는 지난 10일 국민의당 주최의 한 세미나에서 “남이 써준 연설문을 그냥 읽는 거고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해준 이벤트 하는 의전 대통령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문 대통령의 연설문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과 비교하며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그러나 신 비서관의 시를 변주한 자작시 ‘빈 똥밭’을 게재하며 설전을 이어갔다. 진 전 교수는 “청결을 향해 걷는 길에 아이(진중권)는 결국 청소하다가 지쳐 주저앉았지만 똥(진보적 가치)을 잃고도, 파리(진보 세력)들은 울지 않는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문 대통령을 ‘달’에 비유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전·현직 청와대 참모들의 반격을 의식한 듯 “그런다고 달이 태양보다 밝아지나요”라며 ‘대통령의 품격’까지 평가절하했다.
/허세민·김혜린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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