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통신기기업체 화웨이가 올해 스마트폰 감산에 나선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화웨이를 겨냥해 제재를 강화하면서 스마트폰에 들어갈 반도체를 공급 받는 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삼성전자(005930)를 제치고 세계 1위 스마트폰 판매 브랜드로 올라선 화웨이가 반도체 제재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내 스마트폰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 해외 거래처에 생산량 감축 통보 |
다른 반도체업체의 한 간부도 지난달 중순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발표가 나온 직후 화웨이로부터 올 3·4분기 부품 구매가 계획에 비해 20% 줄어들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초 화웨이는 연말 발매 예정인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이달부터 양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복수의 해외 부품 업체들은 일단 별도의 통보가 있을 때까지 생산을 그만두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반도체 조달처를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스마트폰 설계 역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자사가 설계한 첨단 반도체의 대부분을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위탁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제재로 인해 미국산 장비를 이용해 만든 반도체의 화웨이 수출은 오는 9월부터 금지되기 때문에 화웨이는 TSMC로부터 반도체 조달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미 TSMC는 미 제재 이후 화웨이로부터의 신규 수주를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향후 대체 조달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5세대(5G) 스마트폰 등 고급 기종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체된 상태지만 5G 스마트폰 수요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부품 업체들은 올해 화웨이가 5G 스마트폰을 약 1억대 생산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미 제재에 직면한 화웨이는 대만의 반도체 개발설계 업체 롄파과기(聯發科技) 등을 통해 반도체를 조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부품 확보가 불안한 상황이다. 미즈호 증권의 나카네 야스오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 대수 전망치를 기존 2억대에서 10% 인하했으며 내년 이후 기술 로드맵이 1년 정도 정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세계 1위 올라선 시점에 제재 타격 더욱 커 |
화웨이가 중국 내 ‘애국 소비’를 등에 업고 최근 세계 최대 스마트폰 판매 업체로 등극한 만큼 미 제재에 따른 감산 결정은 뼈 아플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영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들은 지난 16일 화웨이의 4월 스마트폰 판매량이 삼성전자보다 많았다는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보고서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4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월보다 41% 감소한 6,937만대를 기록한 가운데 화웨이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21.4%, 19.1%를 기록했다. 그간 스마트폰 세계 1위를 공언하던 화웨이가 월간 판매량에서 삼성전자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올해 1·4분기 전체로는 삼성전자의 판매량이 5,533만대(18.5%)로 화웨이 판매량 4,250만대(14.2%)를 앞섰다.
월간 기준에서 화웨이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삼성전자의 주요 해외 시장 판매가 부진한 영향도 한몫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회복이 시작됐지만 삼성의 갤럭시20 판매는 부진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인도의 코로나19 봉쇄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 산하 중국정보통신연구원에 따르면 4월 중국 휴대전화 판매량은 4,173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올해 들어 중국에서 월간 휴대전화 판매가 늘어난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는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이에 반발한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성향이 짙어지면서 화웨이의 자국 시장 입지는 더욱 강해졌다. 이에 따라 화웨이의 올해 1·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9%로 전년 동기의 29%보다 10%포인트나 높아졌다.
━ 中정부, '고립무원' 화웨이 방패막이...무역보복 카드도 서슴지 않아 |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캐나다산 수입 목재에서 해충이 발견돼 이를 캐나다 측에 알리고 조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항만 당국은 캐나다산 수입 목재에서 해충을 발견해 캐나다 측에 관련 조사와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며 “중국의 삼림과 생태계 안전을 지키는 것은 중국 정부의 임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은 해충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캐나다의 주요 대중국 수출 농산물인 캐놀라유 수입을 중단한 바 있다. 나아가 돼지고기, 소고기 등 육류제품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2018년 12월 1일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된 후 양국의 갈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캐나다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멍 부회장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하는 절차에 착수하자, 중국 정부는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캐나다가 멍 부회장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해 왔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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