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저비용 항공사(LCC) 에어아시아가 자체 걸그룹을 내세운 기내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왔다.
최근 틱톡에 공개된 영상에는 에어아시아 여성 승무원들이 태국 방콕과 푸켓을 오가는 노선 운항 중 기내 복도에서 댄스 공연을 펼치는 장면이 담겼다. 특히 공연에 참여한 승무원 가운데 일부는 에어아시아가 지난 3월 론칭한 5인조 걸그룹 ‘베라(Vera)’ 멤버로 확인됐다.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티와 몸에 밀착된 유니폼 차림의 승무원들이 데뷔곡 ‘틱톡(Tick-Tock)’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자 승객들은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촬영에 나섰고, 해당 영상은 게시 직후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일부 누리꾼은 “승무원의 본업은 안전과 서비스”라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고, “성 상품화” 논란도 이어졌다. 반면 “항공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참신한 마케팅”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비엣젯항공 ‘비키니 쇼’ 재조명
에어아시아의 퍼포먼스가 화제가 되면서 한때 ‘기내 비키니 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베트남 LCC 비엣젯항공의 행보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비엣젯항공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승무원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공연하는 파격 마케팅을 진행해 업계 점유율을 38%까지 끌어올렸다. 여성 CEO 응우옌 티 프엉 타오의 지휘 아래 진행된 이 마케팅은 효과적이었지만, ‘안전 경시’와 ‘성 상품화’ 논란에 직면했다.
논란 끝에 중단됐던 비키니 쇼는 2018년 아시안컵 준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을 기념하는 특별편에서 부활했다. 그러나 베트남 민항청은 안전 운항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벌금 200만 원을 부과했다. 같은 해에는 유명 모델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기내와 활주로에서 촬영한 달력을 제작해 논란이 더욱 커졌다.
◇‘안전보다 쇼’ 논란, 반복되는 저비용 항공사 과감 마케팅
비엣젯 외에도 태국의 노크에어는 브랜드 색상을 강조한다며 비키니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를 제작했으나 현지에서 “국가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 LCC 아비아노바 역시 승무원들이 비키니를 입고 항공기를 세차하는 장면을 광고에 담아 구설에 올랐다.
유럽 최대 LCC 라이언에어(RYANAIR)는 한 발 더 나아갔다. 2008년부터 매년 여성 승무원을 모델로 한 ‘누드 달력’을 제작해 2013년 말까지 약 60만 파운드(당시 약 10억 원)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같은 해 말에는 2014년판 달력을 내놓겠다고 발표하며 영국·아일랜드 현지에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라이언에어는 10대 암환자들을 위한 기부금 8만5000파운드(당시 약 1억5000만 원)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노출 수위가 높은 화보 촬영으로 “여성을 성상품화한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촬영에 참여한 승무원은 모두 자발적으로 지원했다”며 “판매 수익은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된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라이언에어는 2014년판을 마지막으로 해당 달력 제작을 중단했다.
라이언에어는 라이언가(家)가 1985년 창업한 항공사로 파격적인 티켓 요금으로 화제가 된 유럽의 대표 LCC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마이클 오리어리 CEO는 기내 화장실 유료화, 비키니 차림 여자 승무원 채용 등 기상천외한 제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구설에 오르내린 바 있다.
이처럼 일부 LCC 항공사들은 단기적으로 화제성을 확보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경쟁 대신 자극적 마케팅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업계 전문가들은 승무원의 본질적 역할은 어디까지나 안전 요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내 화재, 기압 저하, 비상 착륙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해 전문 훈련을 받은 이들이 승무원이며 퍼포먼스 위주의 마케팅은 자칫 “안전보다 쇼를 우선시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승무원의 본질적 역할은 어디까지나 안전 요원”이라고 지적한다. 기내 화재, 기압 저하, 비상 착륙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해 전문 훈련을 받은 이들이 승무원이고, 퍼포먼스 위주의 마케팅은 자칫 “안전보다 쇼를 우선시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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